EU·나토·영국, 내달 3일 유럽방위 논의

2025-01-14 13:00:01 게재

트럼프 2기 대응 유럽 자강·협력 모색 … 나토 총장 “미 없는 유럽 방위는 착각”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오른쪽)과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겸 총리가 지난 13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이사회에서 회담 후 언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국 지도자들이 다음달 3일 벨기에에 모여 유럽 방위 미래를 논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직후 시점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브뤼셀 인근 리몽성에서 열리는 유럽 방위 관련 비공식 회의에 27개 회원국을 초청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초청장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대륙에 다시 고강도 전쟁이 발발했다”며 “유럽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회원국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방위를 논하는 자리란 점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회의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번 회의의 목적이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을 준비하고, ‘유럽 방위의 미래에 관한 백서’를 준비 중인 집행위와 고위 대표에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논의는 ‘유럽의 자주적 방위책임 강화’, ‘유럽 차원의 협력 강화’라는 두 가지 주요 원칙에 기반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기초로 EU의 집단 안보를 위해 우선 개발해야 할 방위 역량, 자금 조달 방안, 비EU 유럽 파트너와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고,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나토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5%로 끌어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비공식 회의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의 안보보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선 유럽 자강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네덜란드 해군 대장)은 나토가 올여름까지 새로운 무기 및 병력 목표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올 6월 24~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방안과 규모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바우어 위원장은 그 전에 합의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군사력 목표를 맞추려면 동맹국들이 GDP의 3.7%까지 지출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공동조달 등 방식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트럼프의 요구인 5%와 차이가 크다. 뤼터 총장은 “2%는 전혀 충분치 않다”며 증액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없는 유럽 방위는 착각”이라면서 그렇게 하려면 “방위비 지출을 4배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프랑스·독일·이탈리아 국방장관과 영국 국방부 부장관은 이날 폴란드 프루슈쿠프에서 회동하고 나토의 새 지침이 나오면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비 지출이 이미 GDP의 5%에 육박하는 폴란드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에는 난색을 보였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GDP 5%는 독일 전체 예산의 40%를 약간 넘는다”고 했고,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경제위기 시대에 국방비 증액은 다른 때보다 더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나토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폴란드가 4.12%, 영국 2.33%, 독일 2.12%, 프랑스 2.06%였다. 이탈리아는 1.49%로 나토가 제시한 목표치에도 미달했다. 미국은 3.38%로 나토 동맹국 가운데 폴란드·에스토니아에 이어 세 번째였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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