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는데 고급주택 아니다?

2025-01-17 13:00:43 게재

현행법상 중과세 부과 못해

서울시 반발, 제도개선 나서

서울시가 불공정한 고가주택 과세기준 개선에 나선다. 시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50년된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세 기준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서울시가 거래가격 100억원이 넘는 서울 요지의 고가 공동주택(펜트하우스 전용 244㎡ 124가구, 복층형 273㎡ 43 가구)에 부과한 중과세를 취소했다. 현행 지방세법상 고급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더펜트하우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포제스한강 등 세간에 유명한 초고가주택들이 모두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에 따르면 이는 낡은 법제도가 안고 있는 전형적인 불공정 사례다. 1975년 도입한 중과세 규정은 주택 연면적 245㎡(복층형 274㎡) 이상을 고급주택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공용면적을 제외한다. 이번에 과세에서 제외된 주택들은 모두 전체 대비 공용면적이 평균보다 아주 넓은 곳들이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건축·분양한 것이다. 고급주택은 일반세율(2.8~4%)에 8%를 추가한 10.8~12%의 취득세율을 적용한다.

초고과 주택 과세와 함께 고급주택의 최저 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현행법은 시가표준액(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고급주택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서울 집값 상승으로 지난해 서울 공동주택의 약 14%에 해당하는 39만6000호 평균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자는 봐주고 서민과 중산층에겐 세금을 물리는 전형적인 불공정 제도”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낡은 제도가 법 위반과 시장 왜곡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건설업자들은 중과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고급주택 기준에 약간 못미치게 짓고 공용면적에 각 세대 전속 주차장이나 창고를 별도 제공하는 형태로 편법 분양을 일삼고 있다.

신선종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심판원은 조세의 정당성 여부는 다시 다툴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50년전 상황을 반영해 만들어진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세 기준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급주택 과세 기준 개선은 규제철폐의 모범 사례”라며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건설·재건축 분야보다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기득권 보호규제’를 우선 발굴해 없애는 것이 오세훈판 규제철폐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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