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가자휴전, 인질 3명 귀환

2025-01-20 13:00:04 게재

2023년 하마스에 피랍 후 471일만 … 명단 공개 놓고 막판까지 갈등과 충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휴전 및 인질-포로 교환 합의가 이행된 후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로미 고넨의 아버지(오른쪽 두번째)와 다른 가족들이 19일 텔아비브 인근 라맛 간 셰바 의료센터에서 그녀를 환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1단계 휴전이 19일 오전(현지시간) 발효되면서, 2023년 하마스 기습 당시 납치됐던 이스라엘인 3명이 471일 만에 석방됐다. 휴전 발효 직전까지 갈등과 충돌을 빚다가 극적으로 성사된 휴전과 석방은 갈등 완화의 신호로 여겨 지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번 휴전 협정에 따라 2023년 10월 기습 당시 납치한 20~30대 여성 3명을 석방했다. 석방된 인물들은 로미 고넨(24), 에밀리 다마리(28), 도론 스테인브레처(31)로, 각각 하마스 공격 초기 납치된 이후 오랜 기간 억류 생활을 해왔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의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팔레스타인인 90명을 석방했다. 인질 한 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맞교환하기로 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69명은 여성, 21명은 10대 소년으로 구성됐다. 석방자 명단에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고위 간부 칼리다 자라르(62)와 하마스 고위 간부의 여동생인 달랄 카세브(53)도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은 석방된 인질들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가자지구에서 인계받아 귀환 절차를 진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그들은 어둠에서 빛으로, 구속에서 자유로 돌아왔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오늘은 기쁨과 치유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휴전을 한목소리로 환영하며 중동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평가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성명을 통해 “영국 시민인 에밀리 다마리의 석방은 오랜 고통 끝에 얻어진 기쁜 소식”이라며 석방된 인질들에게 회복을 위한 행운을 기원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 역시 “총성이 멈추고 인질들이 석방되었다”며 인도적 지원의 신속한 전달을 촉구했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안토니우 코스타는 이번 휴전이 “절실히 필요한 희망의 빛을 가져왔다”며 모든 당사자들에게 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무드 아바스와의 통화를 통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통치권 회복 방안을 논의하며 오는 6월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으로 국제회의를 개최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역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하마스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인 마이크 왈츠는 “하마스는 결코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하마스의 통치를 봉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휴전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다가 예정 시각보다 3시간 가량 늦게 발효됐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단계 휴전이 19일 오전 11시15분(한국시간 오후 6시15분) 발효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당초 이날 오전 8시30분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하마스가 석방할 인질 명단을 넘겨주지 않아 2시간45분 지연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양측은 인질 석방 24시간 전, 즉 전날 오후 명단을 공개하기로 합의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명단이 전달될 때까지 휴전이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구나 이스라엘군은 오전 9시39분 텔레그램을 통해 “공군이 가자지구의 테러 목표물을 공습 중”이라고 공개했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전 8시30분 이후 폭격으로 최소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후 오전 10시30분께 인질 명단을 공개하면서 기술적 문제로 명단 전달이 지체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번 휴전은 인도적 지원과 추가 인질 석방 가능성을 열었지만,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두 국가 해법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며, 향후 평화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중재 노력을 약속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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