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내란사태가 민주당에 보낸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유튜브에 심취했고 알고리즘에 의해 조종당했다는 얘기가 의혹에서 이제는 확신으로 넘어갔다. 총을 들고 국회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려고 했던 기상천외한 내란사태의 근저로 내려가면 ‘유튜브와 알고리즘’을 만날 수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6월 자서전에서 ‘유튜브에 심취한 윤 대통령’을 경고했다. 그는 독대 당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썼다.
유발 하라리는 근작 ‘넥서스’에서 미얀마 로힝야족의 대규모 학살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영향이라며 인공지능 시대 알고리즘의 영향력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학자인 홍성국 전 의원은 알고리즘이 만든 (윤석열 계엄과 같은)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사회적 리더 그룹이 알고리즘에 휘둘리면 우리의 미래는 포퓰리즘 기반의 정글이 된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구속 과정에서도 ‘유튜브’ 속으로 더욱 빠져 들어갔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1월 1일)고 했고 관저를 찾은 여권 인사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1월15일)고 조언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구속 이후 열성 지지자들이 보인 서부지법 난동의 뒤엔 ‘극우 강성 유튜버’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유튜브와 알고리즘에 의한 확증편향’과 ‘부정선거 망상’을 지목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유튜브와 알고리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2023년 지역순회 연설에서 “기성언론은 쓰레기 하치장, 오염된 것, 왜곡된 것”이라며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관련 자료가 다 나온다”고 했다.
더구나 강성 지지층이 총선, 당대표 선거, 심지어는 대통령 선거 경선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은 수차례 확인됐다. 그들이 당내 의사결정에 ‘과다대표’되고 때로는 거친 욕설이 담긴 ‘문자폭탄’ 등으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향해 폭력을 가했다.
윤 대통령의 허황된 부정선거 확신과 계엄선포는 약한 지점에서 분출한 ‘알고리즘의 출현’이었다. 이게 권력과 손잡게 되면 어떻게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도 보여줬다.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는 극단적 사고의 확산이 또 어느 쪽에서, 어떤 방식으로 분출할지 예측조차하기 어렵다.
내란사태와 이어진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윤석열 극렬 지지층의 준동은 민주당에 던지는 강력한 경고신호다. 알고리즘에서 나온 극단적 지지층의 강력한 에너지는 달콤한 유혹이다. 언제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덮칠지 모른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