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2025년 대한민국에서 폭동이라니
윤석열 내란사태가 결국 폭동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극렬 지지층들이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들이닥쳐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내란사태 정국에서 ‘민주주의 원주민’ MZ세대들이 꽃피운 K-민주주의를 아스팔트 극우들이 꺾으려고 한 셈이다. 4년 전 트럼프 극렬 지지층들의 미 의회 난입을 보면서 “저게 민주주의야”라고 했던 비웃음을 고스란히 돌려받게 생겼다. 부끄럽고도 참담한 일이다.
이 폭동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구치소에서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명해 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앞서 애국시민 운운하며 싸워달라고 극렬 지지층을 부추겨놓고서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뒤늦게 아니라고 하는 격이다. 자신이 살겠다고 지지세력을 선동해놓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듯한 윤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노라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인다.
민주주의 파괴 대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헌정 이후 최초의 사법부 침탈사태에 대해 정부와 수사기관들은 한목소리로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19일 “불법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공식입장을 내놨다. 경찰청은 “이번 사태를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불법 행위자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를 천명했다. 대검찰청도 “서부지원 폭동을 중대한 범죄로 보고 전담수사팀을 꾸려 엄정 수사하겠다”며 폭도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검경은 말로만 ‘엄정대처’가 아니라 실제 민주주의를 파괴한 대가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번 서부지법 폭동의 1차 책임은 극우 유튜버들과 여기에 휘둘린 극렬 지지자들이 져야 한다. 극우 유튜버들은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동으로 엄청난 후원금을 챙겼고 거기에 휘둘린 지지층이 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당일 집회 참여자를 서부지법으로 이끌었던 전광훈 목사는 폭동 후에도 “윤 대통령을 우리가 구치소에서 데려나올 수 있다”고 또 다시 극렬 지지층을 부추기고 있다. 차제에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넘어 거짓 선동을 일삼는 이들에 재갈을 물릴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사실 서부지법 폭동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특히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체포 직전까지 극우 유투버들과 극렬 지지층을 독려하며 이들을 부추긴 윤 대통령을 비롯, 이에 동조한 국민의힘이 폭동이 일어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동력으로 삼아 내란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극렬 지지층을 활용했다.
그럼에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폭동사태 후 “경찰의 과잉대응도 규명해야 한다”며 엉뚱하게 경찰에게 화살을 돌렸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의 저항을 ‘성전’이라며 폭도들을 ‘아스팔트 십자군’이라고 추어올렸다.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에게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앞서 18일 밤 윤상현 의원은 서부지법 앞의 극렬 지지자들에게 ‘잡혀봐야 훈방조치 될 것’이라며 폭동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김민전 의원은 백골단을 국회로 불러 백색테러의 자락을 깔았다. 그러면서 이제와서 자신들은 폭력과 무관하다고 발뺌이다. 정말 목불인견이다.
물론 민주당도 극렬 지지층의 분노를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해온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 역시 ‘우리는 옳고 너희는 틀렸다’는 극단적 이분법으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이를 적으로 낙인찍었고 리더는 그것을 자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이용해왔다. 내란을 막은 공로에도 불구하고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버금가는 것도 그런 행태에 대한 주권자들의 불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파수꾼 민주주의’ 더 활발해질 것
어쨌건 이번 서부지원 폭동사태로 윤 대통령의 복귀는 완전히 멀어진 듯하다. 그런데도 여당 국민의힘은 전혀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내란옹호당’에서 ‘폭동옹호당’까지 감내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양 폭동에 대해서도 야당 탓, 경찰 탓, 언론 탓이란다. 정당지지도가 조금 올랐다고 무슨 면죄부라도 받은 듯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민심에 대한 오독일 뿐이다. 자신이 한 짓을 돌이켜보면 그 지지도 상승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텐데도 한술 더 뜨는 것을 보면 정말 망조가 든 정당 같다.
하지만 그런 날도 멀지 않았다. 12.3 내란사태 후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파수꾼 민주주의(monitory democracy)’는 서부지법 폭동사태로 더 활성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사례에서 봤듯이 각성한 민주주의 파수꾼들은 민주주의를 왜곡하거나 파괴하는 이들을 더 치욕스러운 방식으로 파멸시킬 것이다.
남봉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