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폭주’ 안팎서 반발

2025-01-22 13:00:06 게재

출생 시민권 종료부터 보호무역 강화까지…트럼프 정책 전환의 신호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일인 20일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1월 6일 피고인들에 대한 행정명령과 사면을 발표하면서 서류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26개의 신규 행정명령과 12개의 각서에 무더기로 서명하며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대거 뒤집는 강수를 두었다. 이는 미국 안팎에서 강한 반발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21일자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가 이미 반발과 법적도전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이민·사회·법질서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규제를 강화하며 출생 시민권을 종료하고 난민 입국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난민신청시 ‘멕시코내 대기’ 정책을 재도입하고, 특정 이민자들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사회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두 가지 성별만 인정하고, 연방 정부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는 인권단체와 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법질서 강화도 주요 의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형제를 부활하며 이를 “가장 사악한 범죄에 대한 적절한 처벌”로 규정했다. 언론 자유 회복과 연방 검열 종식을 위한 행정명령을 통해 자유로운 언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 정책에서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적 접근 방식을 폐기하고, WHO(세계보건기구)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을 서명했다. 특히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해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쿠바 정부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취임 첫날부터 아무런 명분없이 우리를 공격했다”면서 “쿠바 국민의 주권과 평화를 향한 미 제국주의 공격성의 현실화”라고 강력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내세우며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주요 교역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며 전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그는 또한 미국을 희토류 및 에너지 자원 개발의 선두주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시설 건설 검토를 재개하고, 전기차 충전소 지원 예산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미국 내부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논란과 반발을 부르고 있다. 출생 시민권 종료와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등 일부 행정명령은 헌법적 논란을 초래하며 현재 18개 주가 법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특히 LGBTQ+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정책이 “직접적인 차별”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W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행정명령이 헌법적 문제와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 정책 전환이 대중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일제히 반발했다. 쿠바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근거 없는 공격”이라 비판했고, 유럽연합(EU)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응 방침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을 다시 한번 일축하며 국제 규범을 강조했고, 캐나다는 2월부터 시작될 예정인 25% 관세 부과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무테 에게데 총리는 국제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에게데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다시 명확히 하겠다”며 “우리는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도 이날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나라가 작건 크건 간에 모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는 국제적이며 규범에 기반을 둔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면서 “얼마나 강대국이건, 어떤 나라이건 간에 그저 자신들이 원한다고 해서 제멋대로 갖는 그런 국제 규칙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2월부터 25% 관세부과 예고통지를 받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미국의 조치에 캐나다도 강력히 대응할 것을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퀘벡주 몬테벨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그에 대응할 것이며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대응은) 강력하고 신속하며 균형 잡힌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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