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혜린 전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장

“도서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 열어줘”

2025-01-23 13:00:03 게재

국립중앙도서관 초대 관장 이재욱 연구 주력 … 해외 사서들, 한국 도서관 서비스에 깊은 인상

이병목 참사서상은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지낸 이병목 선생의 뜻에 따라 제정됐다. 도서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도서관의 사명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 우수한 참사서를 발굴해 표창과 포상으로 그 공적을 치하하는 상이다. 지난해 10월 이병목 참사서상 수상자에 선정된 조혜린 전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장을 17일 만났다. 조 전 과장은 1988년부터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해 지난해까지 고문헌과장을 지냈다.

사진 이의종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에서 어떤 업무들을 수행했나.

고문헌은 1910년 이전 자료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때 자료들도 근대 문헌으로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고문헌과에서 근대 문헌을 포함해 관리를 하기로 했고 관련 내용들이 2022년 말 ‘근대 고문헌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에 담겼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전신은 조선총독부도서관이며 당시 30만책 정도 넘겨받았다. 이 중 근대 문헌은 절반 정도 되고 상당수는 일본어로 돼 있다.

일본어를 공부했고 도서관역사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고문헌과의 과장으로 적합하다고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고문헌과를 중심으로 한국 고문헌 종합목록을 운영하는 등 우리나라 고문헌의 통합 관리 서비스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보 등 국가유산 총 22종 98책을 소장하고 있다. 구입과 함께 기증을 받고 있으며 해외 기관들과도 협력한다.

●일본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일본 서적을 번역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일본 외무성 산하 국제일본어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 정도 일본에 연수를 다녀왔고 일본어를 익히게 됐다. 이후 인사혁신처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 석사 과정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2020년대의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인 도서관 선진국이다. 그런데 당시는 일본 도서관이 우리나라 보다 앞서 있었다. 공공도서관 수가 우리나라보다 7~8배 많았고 자료구입비 등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자출판물’이라는 용어가 당시 우리나라에는 등장하지 않았는데 일본에는 관련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래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고자 ‘국립도서관의 전자출판물 수집 및 이용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박사과정으로 자비유학을 했다. 우리나라 ‘미 군정기’와 유사하게 일본에 ‘점령기’가 있는데 도서관학이 도입될 때 미국의 원조를 받는 과정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해 흥미로웠다. 그래서 연구를 하러 미국 여러 기관을 방문하는 등 노력했고 수료까지 할 수 있었다.

●국립중앙도서관사연구회장으로 이재욱 국립중앙도서관 초대 관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초대 부관장 박봉석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돼 있지만 이재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이재욱은 경성제대를 나온 엘리트로 국문학 분야에서는 그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도 나왔다. 도서관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이재욱과 박봉석을 연구하고자 2020년에 국립중앙도서관사연구회를 만들고 신입 사서, 중간급 사서, 고참 사서 등이 두루 함께 하도록 독려해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연구 모임으로 조직했다. 우리나라 문헌정보학에 인물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데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선, 이재욱이 남긴 문헌들을 발굴해 일본어와 국한문 혼용체로 돼 있는 문헌들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고 디지털화를 진행해 ‘이재욱 저술 자료집’을 펴냈다. 박봉석 문헌들도 추가로 발굴해 그렇게 작업을 했다. 이제 이들에 대한 1차 자료는 어느 정도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한편 이재욱은 일제 강점기 때, 조선서지학회 설립 당시 회장이었는데 이같은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가 2020년에 처음 밝혀냈다. 이 내용을 포함해 학회지에 학자로서, 사서로서, 도서관 경영자로서의 이재욱에 관한 논문을 같은해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재욱에 관한 우리나라 첫 논문이다.

●해외 사서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활발하게 해왔다.

해외 한국학 사서, 문화동반자 사업 사서들이 국내에 와서 연수를 받는다. 이 중 문화동반자 사업에 참여한 사서들을 대상으로 ‘한국 도서관의 이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 등 기록문화유산의 우수성에서 시작해 도서관 발전과정과 현황을 설명한다.

문화동반자 사업 사서들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서들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 도서관에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고 자국으로 돌아간다. 어린이청소년 서비스, 우리나라 어린이책, 실감콘텐츠 서비스, 디지털 원문 서비스 등에 대한 평가가 높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해외 도서관에 한국학 자료실 설치를 지원하는데 이들이 자국에 돌아가 한국학 자료실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까.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이 발표한 2024년 동향분석(트렌드 리포트)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사람들은 지역사회와 연결을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 키오스크 이용 등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건강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어르신들이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결돼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에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을 지원해 주는 역할도 도서관이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도서관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관문이고 사서는 그 관문을 통과하는 것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 2024년 동향분석에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맞이하자’는 문구가 있다. 사서들이 자신감을 갖고 노력해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길 바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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