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제품 생산 않으면 관세 부과”

2025-01-24 13:00:04 게재

트럼프, 다보스포럼서 '관세 무기화' 선언 … 세율 인하와 유가·금리 정책 연계 강조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참석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상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을 통해 관세를 핵심 도구로 한 경제 정책 기조를 명확히 했다. 그는 미국 경제 회복과 글로벌 무역질서의 재조정을 위해 관세 부과를 전면적으로 확대할 것임을 강조하며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관세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무역 정책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EU와 중국을 언급하며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EU가 미국 농산물과 자동차 수출에 대해 비경제적이고 비금전적인 관세 장벽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도 관세를 통해 이러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관세 정책이 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 내 생산 기지를 설립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해 해외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제조 및 생산 활동을 확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에만”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낮출 것이며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세율”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관세를 경제적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국내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관세 수익이 미국 경제를 강화하고 국가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관세가 미국의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세 협상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도 관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엄청나게 불공정하다”며 관세를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경제적 협상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관세가 중요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에너지 무역과 관련해 유럽으로의 LNG 수출을 확대하고, 러시아의 에너지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관세 및 규제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세만이 아니다. 유가 및 금리와의 연계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를 낮출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가 내려가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즉시 끝날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이 전쟁 지속의 주요 요인임을 지적했다. 동시에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하며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이자율도 즉시 낮출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번 연설에서 밝힌 트럼프의 구상은 글로벌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관세 중심 정책은 글로벌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수출입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EU와 중국 등 주요 무역 파트너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EU는 이미 미국의 관세 강화 방침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중국 역시 관세 확대에 대해 상호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글로벌 무역 분쟁이 다시 격화될 우려가 있다.

그는 연설 후 패널들과 가진 좌담에서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들을 비난했고 이 좌담에는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도 참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면전에서 그의 은행 운영을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BOA를 비롯한 은행들이 보수주의자와 거래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불만을 여러 보수주의자한테 들었다면서 “당신과 제이미(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는 모두 여러분의 은행을 보수주의자에게도 개방하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잘못됐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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