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텍스트힙’

독서문화의 새로운 물결, MZ세대가 이끈다

2025-02-06 13:00:03 게재

도서관, 엄숙한 공간에서 ‘힙’한 문화공간으로 진화 … 야외도서관부터 감각적 인테리어까지

1월 15일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누리집 ‘사서지원서비스’ 중 ‘도서관 용어 해설’에 새로운 용어로 ‘텍스트힙(Text Hip)’이 추가됐다. 텍스트힙이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힙하다(Hip, 멋있다)’를 합성한 신조어로 독서 행위가 멋지고 세련된 활동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텍스트힙 열풍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지속되며 도서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월 마지막주 기준 각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초역 부처의 말’(코이케 류노스케, 포레스트북스)이다. 이는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책으로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1월 15일부터 29일까지 판매량이 전월 대비 약 29배(2829.9%) 급증했다. 이같은 현상은 교보문고에서도 나타났다. ‘초역 부처의 말’은 1월 마지막주 기준 전주 판매량 대비 56.3% 상승한 판매량으로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그가 이전에 추천했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도 다시 회자되며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0위에 올랐다.

‘초역 부처의 말’이 인기를 모으는 등 인기 연예인이 추천하는 도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은 텍스트힙 열풍 중 하나로 꼽힌다. 텍스트힙 열풍은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 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대대적인 독서 열풍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문화 행사. 사진 서울야외도서관 누리집

◆서울도서관, MZ세대 새로운 독서 지원 = 전국의 공공도서관들은 올해도 텍스트힙 열풍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을 도서관으로 방문하게 할 계획이다. 서울야외도서관을 운영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MZ세대들의 독서 열풍을 이끌어온 서울도서관은 3월부터 ‘독서는 힙하다’는 주제로 MZ세대를 중심으로 1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모임인 ‘힙독클럽’(Hip+讀+Club)을 운영한다. 이는 책을 중심으로 하는 느슨한 관계의 독서모임과 독서하기 좋은 공간을 찾아다니는 새로운 독서활동으로 채워진다.

이와 함께 누리집을 전면 개편해 완독 및 필사 인증을 하거나 좋은 책을 추천하면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일정 마일리지 이상을 쌓으면 승급할 수 있는 마일리지 제도도 운영한다. MZ세대들이 독서를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 관장은 “MZ세대에게 독서의 시작은 좋은 공간이고 다음엔 좋은 경험”이라면서 “지금까지 서울야외도서관은 좋은 공간을 만들고 야외에서 좋은 경험들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면 그 다음 단계로 젊은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야외도서관은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 청계천에서 ‘책읽는 서울광장’ ‘광화문 책마당’ ‘책읽는 맑은냇가’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기온을 고려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 초까지 운영했으며 2025년에 4년차를 맞이한다. ‘책읽는 서울광장’은 온가족을 위한 장소로, ‘광화문 책마당’은 광화문과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도심 속 휴양지’로 운영됐다. ‘책읽는 맑은냇가’는 청계천 물소리와 함께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장소다. 올해에도 4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야외도서관은 야외의 좋은 공간에서 책은 물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MZ세대와 가족들의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들은 “퇴근하면 늘 집에 가기 바빴는데 잠깐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고 하늘도 올려다보면서 여유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행사가 서울 한가운데서 이뤄진다는 자체가 낭만”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오 관장에 따르면 가장 호응이 높았던 행사는 ‘사일런트 야(夜)한 책멍’ ‘여행도서관’ ‘세계노벨문학축제’다. ‘사일런트 야(夜)한 책멍’은 청계천에서 전문 디제이가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독서에 온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MZ세대들에게 선사했다. ‘여행도서관’은 9개 지방자치단체 및 14개국 주한대사관과 협력해 각 도시와 나라의 문화를 소개했다.

‘세계노벨문학축제’는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일인 지난해 12월 10일에 한국출판문화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행사로 ‘노벨문학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최은명 박상영 작가 등과 함께 모든 시민들이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날 서울도서관은 토론과 예술이 넘치는 ‘시끄러운 도서관’의 모습을 선보였다.

◆도서관 내 캠핑 주제 공간서 ‘치유독서’ = MZ세대들은 감각적으로 꾸며진 도서관 공간에 주목한다. 서울 중구 손기정기념공원에 위치한 손기정문화도서관은 감각적인 공간으로 MZ세대들이 주목하는 도서관 중 하나다. 빨간 벽돌 건물로 지어진 도서관 앞엔 작은 연못과 분수가 있는 ‘물의 정원’과 이를 따라 산책길 ‘프롬나드’가 조성돼 있다. 통유리창이 나 있는 열람실에서 프롬나드와 물의 정원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실내는 다양한 주제로 색다르게 꾸며져 있다. 우선, 벽이 아닌 곡선형 서가로 공간을 분리했다. 각 공간들은 오래된 서점, 편안한 거실, 캠핑 등 주제별로 꾸몄다. 캠핑의자 등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하고 색다른 가구들을 사용해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책을 읽고 토론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치유독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외에도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 서울 성북구 오동숲속도서관, 서울 중구 다산성곽도서관 등이 공간적으로 감각적인 도서관으로 꼽힌다. 서리풀근린공원에 위치한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은 환경을 주제로 한 도서관이다. 건물 중심 원형 정원 ‘햇살, 뜰’과 옥상 ‘구름, 뜰’에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다. 1층엔 ‘살아있는 숲’을 주제로 약 5.6m에 이르는 높은 층고에 푸른 숲을 형상화한 벽면 서가를 배치했다.

오동숲속도서관은 오동근린공원 내 위치한 도서관으로 공원의 길을 따라 지어졌다. 이에 서로 다른 높이의 지붕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채광을 만날 수 있다.

장충체육관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끝자락에 위치한 다산성곽도서관은 ‘숲 속 뷰 맛집’ 등으로 수식되는 도서관이다. 높은 층고를 따라 원형 서가가 배치됐으며 널찍한 창 너머로 성곽길을 보며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오 관장은 “낮아지는 독서율을 올리고 노벨문학상이라는 국가적 성과를 전국민의 독서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엄숙하고 진지했던 독서에 대한 경험을 굉장히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으로 바꿔줘야 한다”면서 “도서관은 MZ세대들이 사유하는 독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사서의 역할은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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