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2시간제 예외’ 논쟁, ‘친 삼성’ 논란으로 번져

2025-02-06 13:00:05 게재

삼성 측 ‘11시간 연속 휴게 예외’ 요구

“인력 갈아넣기, 삼성 위기 해결 보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쟁점인 ‘주 52시간제 예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이를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들이 주로 요구했다는 점에서 ‘친 삼성 논란’으로 옮겨 붙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앞세워 온 ‘노동자’와 ‘건강권’을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우클릭’ 논란과 맞물려 당내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주52시간제 예외’ 반도체법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대만과 일본 사례를 제시하며 “경영계는 ‘11시간 연속휴식제 때문에 탄력근로제 사용이 어렵다’는 기업편의주의적 주장을 반복했다”며 “주 64시간을 초과하는 ‘연구개발인력 갈아넣기’를 허용하면 삼성의 위기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있는가”라고 했다.

삼성 등 기업계의 요구가 주 40시간제에 12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한 뒤 탄력근로제나 특별연장근로제로 12시간을 추가해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현재의 제도를 뛰어넘는 ‘근로시간 통째로 예외법을 만들겠다’는 취지라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이공계 인력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 뒤에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한국의 인재들을 갈아 넣으려는 여당과 경영계의 시도를 강력히 비판한다”면서 “반도체특별법과 ‘근로시간 통째로 예외’법을 동시 처리할 이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역시 환노위 소속 박홍배 의원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3~8월 중 R&D 인력 1657명에 대해 1주 12시간(총 64시간)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했으면서도 6개월 이상 프로젝트에 활용하기에 부담스럽고 인가(연장) 프로세스가 복잡하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이미 6개월간 주 64시간 근로를 한 연구인력들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추가로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며 반도체업종에 대해 주 64시간제를 상시화하자, 총 노동시간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반도체 개발업무 특성을 감안해 3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사용조건인 ‘11시간 연속휴게시간 보장’의 예외로 두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11시간 연속휴게시간 보장은 2012년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47호 ‘주 40시간 협약’의 핵심내용이면서 ILO와 EU의 권고사항”이라며 “11시간 연속휴게시간도 없으면 오후 23시, 24시 퇴근 후 다음날 아침 7시, 8시에 출근하면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고 했다.

박용진 전 의원 역시 삼성 측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11시간 연속휴식을 지키기 어려워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못 쓴다는 (삼성 측) 말을 듣고 이게 뭔가 싶었다”며 “주 52시간 제도의 예외를 두는 것도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특별법은 삼성 민원 받아주기가 아니라 우리 전체 산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했다. “변화에는 제도개혁과 함께 기업 내부 혁신도 포함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중심을 잡고 논의를 주도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민주당 주도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정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탄력·선택근로제는 11시간 연속 휴무 조항으로 인해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오류가 발생해도 대응하기 어렵고, 연구자 선택에 따라 3일간 집중해 근로하는 자율성은 현 제도에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기업 요구를 두둔하는 발언을 내놨고 이언주 최고위원도 “반도체 연구 전문직의 업무 성격을 감안할 때 당사자 간 합의가 전제된다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걸 지나치게 제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날 이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이냐”면서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 기본으로,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렇게 총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사업주는 처벌대상이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제도’를 두고 있다. 근무일 간 11시간 연속휴게시간을 보장하거나 1주 24시간 연속휴게시간을 보장하면 1주 연장근로시간의 한도 없이 3개월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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