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3865명 중 354명만 후원회 설치
전국 평균 9.2% 불과…대구·세종은 0%
“규제만 풀고 제도적 뒷받침 안돼” 지적도
지난해 7월부터 지방의원들도 후원회 설치가 가능해졌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대다수가 후원회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규제만 풀고 제도적 뒷받침이 안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방의원(광역·기초) 정수 3865명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후원회를 설치한 의원은 354명(9.2%)에 불과하다. 광역의원은 전체 877명 중 174명(19.8%) 기초의원은 2988명 중 180명(6%)으로 기초의원 설치율이 훨씬 더 낮다. <표 참조>표>
전국 지방의회 243곳 중 1명 이상 의원이 후원회를 설치한 곳은 96곳(39.5%)인데 광역의회(17곳)에선 대구·세종 2곳, 기초의회(226곳)는 145곳에서 모든 의원이 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하다. 서울·경기·인천·전남·전북(광역·기초의원)과 충남(광역의원) 광주(기초의원)가 전국 설치율보다 높았으나 그 외 지역은 전국 설치율보다 현저히 낮았다. 특히 대구(광역·기초) 세종(광역) 대전(기초의원)은 설치율이 0%였다.
정당별 지방의원 정원 대비 설치율은 더불어민주당 11.7%(198명/1690명) 국민의힘 6.9%(134명/1954명) 진보당 36.4%(8명/22명) 정의당 66.7%(6명/9명) 무소속 1.9%(3명/162명)로 나타났다.
지방의원 상시 후원회 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정치자금법 제6조(지방의원의 후원회 지정권자 제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지난해 7월 1일부터 도입됐다. 지방의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원활한 의정활동 지원, 비리 발생 차단 등을 위해 정치자금의 합법적인 확보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상시 후원회를 설치해 광역의원은 연간 5000만원, 기초의원은 3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방의원들 대다수가 후원회 설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후원회 설립 절차가 복잡하고 후원회사무소 설치, 회계책임자까지 둬야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보좌인력을 두고 1억5000만원(선거 없는 해)까지 모금할 수 있는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은 자력으로 사무소를 얻고 회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다. 한 경기도의원은 “5000만원 후원금 받으려고 사무실 임대하고 회계책임자까지 두면 오히려 적자”라며 “정관 작성, 창립총회 개최, 대표자 선임 등 절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원들에 따라 편차도 있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후원회를 만들어 계좌를 공개한 지 8일 만에 한도액을 넘겨 눈길을 끌었다. 황대호 위원장은 당시 “1만원 후원 모집 활동을 벌였는데 8일만에 1454명이 참여해 한도액을 넘어 많이 후원한 일부 후원자들에게는 돌려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위원장도 “의원 개인이 후원회 설립부터 사무실 임대, 회계처리까지 책임져야 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본승 나라살림연구소는 책임연구원은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선관위와 지방의회가 협력해 실무 교육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정당도 소속 의원에게 후원회 설치 필요성, 후원금 사용방법 등을 안내하고 의정활동 실적을 시·도당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