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본격화

2025-02-10 13:00:04 게재

미국 관세 공격에 중국도 10일 보복관세 착수 … 협상 기대 속 갈등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한 후 전화 통화를 통해 타협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불발됐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상호 추가 관세를 발표하며 무역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미국 동부시간) 중국산 수입품 3800억달러 규모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적용하자 중국 정부는 10일 0시(베이징시간)를 기해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원유 등에 10~1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로써 양국 간 무역 긴장이 2020년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양측은 협상 의사를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나 실질적 소통은 이뤄지지 않으며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먼저 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내 불법 유통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지난 4일 관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약 30%로 상승했으며, 전기차(100%→110%), 태양광 웨이퍼(50%→60%) 전기차 리튬배터리(25→35%)등 전략 산업 품목은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중국도 즉각 맞대응했다.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미국산 석탄과 LNG에 15%,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에 10%의 추가 관세를 발표했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텅스텐·텔루륨 등 희귀광물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으며,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와 캘빈클라인의 모회사인 미국 패션기업 PVH 그룹과 생명공학업체 일루미나 제재도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피해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10% 관세로 중국 연간 GDP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상무부가 5일 공개한 2023년 무역통계에 따르면 대중 무역적자는 2954억달러로 중국의 보복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록 전쟁을 시작했지만 양국은 갈등 봉합을 위한 여지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24시간 내에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4일에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다만 “적절한 때에 통화할 것”이라며 톱다운(정상 간)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중국 측도 협상 의사를 공식화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진행 중인 소통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기 통화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으며, 중국 지도부가 세부 의제를 정리한 뒤 고위급 접촉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중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그는 전선 확대를 암시하며 “다국적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대미 관세 수준에 맞춰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하는 정책으로,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예고한 뒤 30일 유예한 사례와 유사하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캐나다·멕시코 등에 ‘공동 대응’을 제안하며 다자간 갈등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제한적 조치가 협상 여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업 부담 증가,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상호 고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2020년 1단계 합의 당시와 달리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한 만큼, 단기적 타결보다는 장기적 기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0년 1단계 무역합의는 양국이 18개월 간의 무역전쟁 끝에 타협한 사례다. 당시 중국은 2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추가 구매를 약속했고, 미국은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더 복잡하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 견제를 본격화했고, 중국은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위기 속에서 수출 회복을 급선무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간 무역전쟁 장기화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재촉할 전망이다. 이미 유럽연합(EU)과 동남아 국가들이 미중 간 분쟁의 부수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무역 분쟁 확대가 세계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 이상 하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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