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전 확대…중, 신중하지만 단호

2025-02-12 13:00:03 게재

관세부과 속도 빠르고 범위 넓어 … 중국정부는 희귀광물 수출통제 카드 꺼내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경제팀이 완전히 확정되기도 전에 다양한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트럼프정부는 10일(현지시각)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앞서 캐나다 콜롬비아 멕시코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위협하고 중국에는 실제 관세를 부과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후보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후보자는 아직 상원에서 인준조차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행동반경도 넓다. 트럼프정부는 세계에서 2번째 큰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부품과 중간재부터 일상소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품목에 적용된다. 트럼프 1기정부는 미국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용품의 경우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대중국 관세는 트럼프 1기 때와 바이든정부에서 유지됐던 대중 관세에 추가로 부과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는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수출통제 및 기타 제한조치와 함께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연히 중국은 즉시 보복조치로 대응했다. 중국정부는 총 14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로 반격에 나섰다. 여기에는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에 15%, 원유와 농기구, 내연기관차량·픽업트럭에 10% 관세가 포함된다.

“중국 보복관세는 절제된 방식”

하지만 중국의 자세는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닛케이아시아는 11일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까지 대체로 절제된 접근방식을 취했으며 실질적인 조치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본다”고 전했다. 중국은 관세의 범위를 제한했다. 대표적으로 대두와 같은 주요 농산물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수입 대두의 약 1/5이 미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관세 부과 외에도 25개 광물 제품과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를 확대했다. 미국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의 모기업인 ‘PVH’와 생명공학기업 일루미나가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돼 무역·투자에 제한을 받게 됐다. 또 중국 시장규제당국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2018~2019년 트럼프 1기정부의 무역전쟁 경험과 비교할 때 중국정부는 보복관세 및 환율인하 같은 오래된 도구보다 수출통제 및 기업 블랙리스트 등의 새로운 도구에 더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정부의 신중함과 궤를 맞춰 중국 금융시장도 미중 양국의 관세 주고받기에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본토 벤치마크인 CSI 300지수는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등 불법 마약의 미국 유입을 막지 못한 중국에 대한 처벌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직후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했다. 현재는 연초가 대비 1% 하락에 그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7% 상승한 상황이다.

위안화는 10일 오전 달러 대비 7.3056으로 하락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기준환율을 달러당 7.1707로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환율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교적 온건한 중국의 초기대응이 중국이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 트레이드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중국 추가 관세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관세는 23.4%로 올랐다. 이는 경제성장을 주도하기 위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경제에는 좋지 않은 징조다. 맥쿼리그룹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래리 후는 지난주 “중국의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발 관세에 대한 중국의 신중한 대응은 전쟁 확대보다는 협상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알리안츠는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가 10%에서 멈춘다면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미치는 타격은 0.1%p, 내년에는 0.3%p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는 중국정부의 재정부양책으로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중국정부는 민생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더 많은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JP모간체이스는 트럼프정부가 끝내 중국에 6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본다. 그럴 경우 내년 중국 성장률은 최대 1.5%p 하락할 수 있다.

트럼프 관세, 미국에 유리할까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미국에 유리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정부는 강력한 무역정책이 미국으로의 투자를 되돌리고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며 정부세수를 늘릴 것으로 본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관세가 물가를 상승시키고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관세가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2018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인상은 상대국의 보복뿐 아니라 미국 생산업체의 비용상승을 부른다. 이 때문에 미국의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수입이 줄지만 수출 또한 줄어들어 무역적자 폭에는 전혀 또는 거의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 수년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지난해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는 1조2000억달러(중국 관련 적자는 2954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의 리쇼어링을 낙관할 만한 증거도 미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2018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제조업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며 “미국기업들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점이 있지만 생산비용 상승과 보복관세로 상쇄된 것은 물론 그 이상 피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정책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1차 미중무역전쟁이 절정이었을 때 미국에서 약 24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 결과 미국 각 가구당 평균 675달러의 소득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한 바 있다.

“희귀광물 통제는 미국에 큰 타격”

한편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중국의 희귀금속 수출통제가 잠재적으로 미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달 12월 1일 수출통제 강화규정을 제정했다. 첨단칩과 무기·탄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희귀금속과 국방용으로 사용되는 일부 초경질 물질의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금지령 이후 일부 주요광물의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은 이달 4일 트럼프발 관세에 맞서 철갑관통 탄환에 사용되는 텅스텐과 미사일 제조에 사용되는 몰리브덴 분말 등 5가지 금속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무역전쟁 전면전이라기보다 경고성조치로 보인다. 중국은 5가지 금속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꺼내들었지만 아직 시행까지 나서지는 않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럼에도 중국의 수출제한과 금지 권한은 글로벌 공급망을 무력화할 우려가 크다. 그같은 움직임은 미국당국과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레이더와 스마트폰 충전기부터 인공지능(AI) 훈련에 사용되는 첨단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자제품이 중국이 지배하는 희귀광물을 필요로 한다. 그중 하나가 갈륨이다. 미국은 1987년 이후 갈륨을 생산하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의 갈륨 수입 규모는 1억5000만달러에 그치지만 갈륨이 고부가가치 제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피해는 훨씬 크다. 갈륨의 완전한 수출금지는 연간 미국에 약 31억달러의 피해를 안긴다.

갈륨뿐 아니다. 호주와 브라질 그린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많은 희귀금속이 발견되지만 이를 정제 생산하는 글로벌 공장의 약 90%가 중국에 있다. 중국은 전세계 게르마늄과 망간의 거의 전량을, 리튬과 천연흑연의 3/4을, 안티몬의 절반을 생산한다.

게다가 중국의 영향력은 눈에 보이는 수치 이상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리처드 볼드윈 교수는 “제3국을 거쳐 수출되는 중국산 원자재를 포함하면 미국의 중국 의존도는 양국간 무역통계에 잡히는 것보다 4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군사적 대비태세로 비유한다면 중국은 전시태세를 미국은 평시태세를 취하고 있다”며 “필수광물 수출을 금지할 경우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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