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환경리더십 노리는 미국, 한국은 이중과제 골치”

2025-02-12 13:00:05 게재

국회입법조사처 “에너지안보 탄소경쟁력 모두 잡아야”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 결정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게 아니라 미국 중심의 새로운 환경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에너지 전환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더욱 치열해진 생존경쟁 속에서 한국은 산업의 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미 ‘청정에너지동맹’ 지속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파리협정 재탈퇴 결정 등 새로운 환경 리더십 구축에 나섬에 따라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와 탄소경쟁력을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와 함께 국제개발처( USAID) 도지코인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 사진 UPI=연합뉴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정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 이하로 제한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8월 한국과 미국은 재생에너지 수소 원전을 아우르는 청정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관 차원의 정례 채널을 구축해 운영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 의의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과 2025년 두 번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결정했을 때 △규제 중심의 환경 정책을 지양 △미국이 시장 중심의 환경 정책을 통해 국제적인 환경 리더십을 주도 등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2025년 행정명령은 파리협정의 상위협정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탈퇴를 명시하지는 않아 미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으로서의 활동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25년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는 지난 탈퇴 결정보다 파급효과가 신속하고 클 전망이다. 2016년 11월 발효한 파리협정은 발효 뒤 3년 이후의 통지로부터 1년 뒤 탈퇴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2017년 탈퇴는 3년이 걸렸지만 2025년 재탈퇴는 1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파리협정 체결 전인 2000년에서 2014년 사이에 탄소배출량을 18% 이상 줄였다”며 “이는 정부 명령이 아닌 민간 부문의 혁신과 기술을 통해 달성한 결과로 미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환경정책에서 앞장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5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수 십년간 민간 부문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정책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고,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대기·수질 오염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동시에 기울였다”며 “경제적 목표와 환경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미국의 실적이 다른 국가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고서에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재탈퇴 결정이 가지는 주요 시사점은 이제 막 궤도에 오른 국내외 기후 대응 정책의 자생력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는 점과 미국이 탄소중립 이행 속도와 방향에 있어 많은 유연성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며 “한국의 경우 많은 화석에너지와 큰 에너지 시장을 보유한 미국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탄소중립기본법’상 에너지 전환을 충실히 이행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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