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자체 교통정책 “약주고 병주나”

2025-02-12 13:00:03 게재

요금 올리며 지난해 정액·할인혜택

철도요금 또 인상…“시민 우롱하나”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지자체들이 지난 2023년 10월 철도 요금을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중교통요금 정액제 또는 할인혜택을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또 다시 철도요금을 인상하기로 해 “약주고 병주냐” “조삼모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The경기패스 포스터. 경기도 제공

12일 수도권 지자체들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대중교통 정책기관’ 회의를 열고 현재 1400원(성인·카드 기준)인 전철 요금을 150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세 지자체는 공청회와 지방의회 의견청취,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조만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앞서 수도권 지자체와 코레일은 지난 2023년 10월 철도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한 바 있다. 이번에 150원이 인상되면 불과 1년 4개월여만에 1550원으로 24%나 인상되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에선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서민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부실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서울과 경기도는 요금인상 전 주민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수렴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인천시 ‘소비자 권익증진조례’에는 시의회 소관 위원회 의견 청취만 규정하고 있다”며 “결국 시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요금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유호준 경기도의원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이 4.26% 오르는 동안 대중교통 기본요금은 24% 오르는데 ‘서민의 발’이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경기도가 연간 998억원(2023년 기준)의 운영적자를 요금인상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를 기후위기 대응 비용으로 보고 오히려 더 적극적인 확장정책으로 요금인하를 통한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가 상승과 인건비 증가에 따른 운송원가 상승으로 원가 대비 운임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연평균 운송적자가 1690억원에 달해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사진 서울시 제공

하지만 거듭된 요금인상으로 세 지자체가 도입한 기후동행카드(서울·기동카) The경기패스(경기) 아이패스(인천) 등 대중교통요금 부담완화 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정액권인 ‘기동카’의 경우 가격이 고정돼 있어 영향이 없으며 오히려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어 할인 혜택은 더 증가할 것”이라며 “기동카는 기후와 교통복지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공교통정책네트워크’는 “요금인상은 수도권 전체 이용자가 다 부담하는 반면 기동카는 서울권내 이동자만 혜택을 보는 ‘부담과 혜택 불일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의 생활이동 데이터에 따르면 하루에 시 경계 바깥으로 유출입하는 인구는 출근시간에만 서울에서 경기로 33만명, 경기에서 서울로 76만명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또 “올해 기동카 관련 예산이 지난해와 비슷해 현재 기동카의 재정효과가 한계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기동카 시행과는 상관없이 요금인상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거듭된 요금인상이 대중교통비 지원사업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중교통비 지원사업과 정책간 충돌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운송적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정부·지자체가 케이패스, 아이패스, 기동카로 전철요금을 할인해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이제 와서 전철 요금을 더 받겠다는 것은 조삼모사로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지자체들은 전시성 행사를 줄여 예산을 절감하고 전철 요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태영·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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