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역대 최대 순손실 ‘경영 부진·밸류업 역행’
지난해 영업이익은 -1622억원, 당기순이익은 -2633억원을 기록
소액주주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혁신 요구
영풍이 지난해 26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본사 및 계열사의 핵심 사업인 제련업과 인쇄회로기판(PCB) 부문에서 경쟁력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 경영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석포제련소 가동 중단이 임박하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따라 사업 경쟁력 강화와 정상화는 후순위로 밀려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풍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7857억원, 영업이익은 -1622억원, 당기순이익은 -26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영업적자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매출액은 25.95%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무려 3배 넘게 확대됐다.
영풍이 한 해에 26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고, PCB 자회사인 코리아써키트가 유형자산손상차손으로 12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점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풍 측은 “연결 지배 및 종속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연결손실 증가”라며, 제련업을 하는 모회사와 PCB 사업을 하는 자회사 모두 경쟁력 약화로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특히, 석포제련소의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조업정지 58일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영풍은 경영 정상화와 투자를 위한 움직임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영풍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만 몰두하며 경영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서 영풍이 지적받고 있는 점은 바로 ‘내로남불’행태”라며 “고려아연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향상, 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는 영풍에게 더욱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현재 영풍은 주주들로부터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요구받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두 차례 공개서한을 발표하며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다.
영풍정밀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현물배당, 감사위원 후보 추천 등을 제안했으나, 영풍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제안은 사실상 무시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영풍의 문제는 실적 악화가 지난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석포제련소의 가동 중단이 58일간 이어지면 생산량 감소와 매출 및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며,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