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호처 강경파’ 영장 또 반려

2025-02-19 13:00:04 게재

경찰, 공수처 통한 우회로 검토 … 기싸움·증거인멸 방조 등 비판 쏟아져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저지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또 반려했다. 보완수사를 거쳐 같은 혐의로 신청한 영장이 잇달아 반려되자 12.3 비상계엄 수사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해 온 검찰과 경찰의 기싸움이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경찰은 사건을 자체적으로 영장청구권이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8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이날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지난달 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와 경찰 수사관들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을 받는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윤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것이 ‘대통령의 지시’라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사실상 공범으로 보고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것은 세 번째다. 이 본부장에 대해선 두 번째다.

김 차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한 경찰의 첫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검찰은 ‘재범 위험성이 없다’며 반려했다. 경찰이 압수수색 등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신청하자 검찰은 새로 적용한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서 기재 범죄사실과 관련해 각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특히 경찰이 현재까지 확보한 채증영상, 관련자 진술, 최근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등 추가로 확보한 증거 등에 의하면 영장기재 범죄사실 관련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이 수사기관에 2회 자진 출석했고, 현 지위와 경호업무의 특성 등을 종합해 볼 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수사 경과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상황에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차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13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과 24일에도 김 차장에 대해, 24일에는 이 본부장 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모두 반려했다.

경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으나 이번에도 검찰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이 지난달 18일 김 차장을 체포한 뒤 신청한 구속영장도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었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꼽히는 김 차장 등에 대한 구속 시도가 거듭 불발되면서 경찰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직접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현행 공수법에 따르면 이들에게 적용한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범위에 해당한다. 또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김 차장은 수사대상이며 이 본부장의 경우 공범에 해당돼 수사대상이 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특수단의 요청이 오면 이첩을 받을 수 있는지 협의할 것”이라며 “협의를 시작해도 이첩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 등 2~3주가량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청구 사유를 검토한 경찰은 공수처 이첩과 관련해 19일에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수처 이첩을 포함해 다양한 대처방안을 놓고 내부 회의를 거쳐 향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으면서 경호처 업무를 수행 중이다. 특히 김 차장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직무대행으로, 수감된 윤 대통령과 관저에 있는 김건희 여사 경호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과 법조계 일부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와 관련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검찰의 잇단 구속영장 반려가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저지 등 경호처의 증거 인멸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또 법조계 일부에서는 내란 공모에 가담한 검찰 고위층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특히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활용해 사실상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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