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내란사태로 밀려난 지자체 핵심정책

2025-02-24 13:00:07 게재

중앙정치 현안에 가려져

조기대선용 공약이 최선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조성, 제주 기초지자체 설치,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국회 지원이 절실한 지역의 핵심 정책들이 12.3 내란사태 이후 국회 관심에서 밀려났다. 마음 급한 지자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국회는 시급한 정치 의제를 다루느라 우선순위에서 제쳐놓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를 대비해 일부러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까지 지자체들이 총력을 다해 추진하던 주요 현안들이 대부분 12.3내란사태 이후 발목이 잡혀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조성과 제주 행정체제 개편이다.

부산시가 목을 매고 있는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 상정을 두고 여야가 기싸움만 벌인 채 진전이 없다. 12.3 비상계엄 이전인 지난해 11월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까지 벌이면서 법안 통과를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다 지난 19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심사가 불발됐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정치쟁점이 된 탓에 오히려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의 국회 앞 천막농성이 법안을 정쟁거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 지역에서는 조기 대선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이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해 법안 논의를 미루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된 법안들도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법안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이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다. 현재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 설치에 관한 법률안’과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제주도 제주시·서귀포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지만 행안위 법안심사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제주도는 2026년 7월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행정체제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논의 시기조차 점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말까지 속도를 내던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관심 밖 의제가 됐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 12월 시의회 동의 절차를 마치고 경북도를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는 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멈춘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정부로부터 통합에 반대하는 경북 북부권을 설득할 카드를 얻어야 통합 추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통합 주체인 대구와 경북의 견해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국회 동의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지난달 행정안전부의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가 시·도 통합 등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다. 대구·경북 통합이 국회 핵심 의제가 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결국 이들 현안이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 공약으로 다뤄져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지자체들은 여야를 떠나 현안 공약화를 준비하는 눈치다. 예를 들어 충청권에서 세종은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은 어렵게 얻어낸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기회를 살리기 위한 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전남 국립의대 신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결국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 조건이지만 지금은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조기 대선 상황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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