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연애 ‘상대와 사귀자 합의 뒤’ 80.5%
탁틴내일, 30주년 기념 설문조사 … 연애 경험 있을수록 ‘성적 의사소통 효능감’ 낮아
청소년이 연애를 할 때 상대의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 시작 기준을 ‘사귀자고 말로 상대와 합의할 때’라고 응답한 경우가 80.5%나 됐다.
(사)탁틴내일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청소년의 연애 인식 및 성교육 수요 조사’ 결과를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2024년 11월 29일부터 12월 27일까지 실시했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5학년생 △중학교 2학년생 △고등학교 2학년생 900명이 조사 대상이다.
청소년들이 연애 상대를 만난 경로는 ‘학교에서’가 69.3%였다. 주로 연애하는 장소 역시 ‘학교·학원’이 66.9%로 가장 높았다. 연애 중에 갈등이 생겼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상대가 하자는 대로 따른다’고 응답한 경우가 남학생이 여학생 보다 많았다.
고등학교 여학생 중 ‘갈등 해결 시 상대가 하자는 대로 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47.6%였다. 고등학교 남학생은 72.4%였다. 중학교 여학생은 48.8%, 남학생은 각각 67.5%로 나타났다.
성 관련 태도에서는 연애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없는 청소년보다 ‘긍정적 몸 이미지’ ‘유연한 성역할’ 측면에서 더 높은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성적 의사소통 효능감’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낮은 인식을 보였다.
연애가 시작되는 기준으로는 80.5%가 ‘사귀자고 말로 상대와 합의할 때’라고 응답해 관계 시작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연애 비용과 관련해서는 연애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67.3%가 비용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연애 경험이 없는 청소년의 69.9%는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인식 차이를 보였다.
탁틴내일은 5월 15일 심포지엄에서 청소년 연애 문화와 성교육 수요를 심층 분석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탁틴내일은 1995년 창립 초기부터 청소년 성 인권과 성보호 운동에 힘써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성교육센터로 불리는 ‘내일신문여성문화센터 부설 성교육센터’가 1996년 5월 15일 발족했다. 이어 청소년 유해환경 퇴치운동과 청소년 성폭력 상담소, 찾아가는 성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특히 1998년에는 ‘아우성’(아름다운 우리의 성)의 원년이라고 할 만큼 청소년 성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99년에는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체험형 성교육을 하는 청소년성문화센터로 거듭나게 된다.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방식의 교육, 보고 만지고 듣고 느끼는 체험형 성교육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탁틴내일은 2002년 보다 많은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성교육 버스 ‘탁틴스쿨 와~’도 선보였다. 농·어촌 지역 등 필요한 아이들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는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은 물론 교사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엣팍(ECPAT)을 통해 국제 연대로 대응하기도 했다. 도미니카공화국 라오스 베트남 등의 여성 청소년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급변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2006년부터 사이버공간에서 영국처럼 위장수사 제도화를 위해 노력했다. n번방 사건(디지털 성범죄) 이후 뒤늦게 위장수사가 제도화됐다.
지난해 6월부터는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어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도 위장수사가 가능하게 됐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인공지능 시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이고, 청소년 안전과 성장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며 “탁틴내일의 새로운 30년은 늘 청소년 곁에서 청소년의 디지털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