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조직범죄…법적 보완 절실”
개혁신당-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 토론회 개최
“부동산 가격 자동화 시스템, 중개사 모니터링 등 필요”
피해자들은 특별법 연장 및 피해복구 제도 마련 요청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 범죄를 근절, 예방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5일 개혁신당-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사건이 단순한 개별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향후 예방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1년 반 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만 2만5000명이 넘었고 그 중 75%가 2030세대 청년층”이라면서 “전세사기는 허술한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악용하는 범죄 세력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김경민 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 교수는 “전세사기를 단순한 계약사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굉장한 오해”라면서 “사기금액이 몇백억, 몇천억원 단위이기 때문에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며, 집단적으로 보증금을 편취한 고도의 금융범죄”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세사기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특정 지역, 특정 세대에서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재난”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세사기 발생원인을 △정보 비대칭 △미들맨(중개인)의 도덕적 해이 △미약한 법적 제재 등으로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우선 프롭테크를 활용한 ‘부동산 가격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비슷한 연식의 빌라 가격을 비교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정을 통해 빌라 시세에 대한 정보를 세입자들에게 제공하자는 것이다.
전세사기 범죄가 집주인과 중개인의 공모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중개인을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공인중개사법 및 전세사기피해자지원법 등의 개정을 통해 ‘공인중개사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한국부동산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전세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수사여력 부족으로 원소유주까지 미치지 못하는 실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 (수사나 처벌이) 겨우 중개인까지 가고 있고 바지사장은 현 소유주에 불과한데, 원소유주까지 못가고 있다”면서 “원소유주가 (수사망을)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범죄 처벌이 굉장히 시급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 지원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가해자한테서 돈을 받고 싶다는 게 우리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었다”면서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되면 은닉재산을 피해자에게 돌려준다고 하는데 일반사기로 적용되면 그런 게 없어서 민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를 하고 싶었지만 전세사기에 적용이 잘 안돼서 다 법꾸라지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민사 재판에서 가해자들은 의기양양하고 피해자들은 패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00명한테 범죄를 저지르든 1000명한테 저지르든 최고형이 15년에 불과한 것이 납득이 안된다”면서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를 주장했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방향으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도 요청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오는 5월로 만료되는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의 유효기간을 2년 더 연장하고 추가 개정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지난 2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