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사재라도 투입해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홈플러스 회생신청에 모기업 사모펀드 MBK 책임론 확산
자구책 마련보다 ‘부채탕감’부터 시도해 눈총…‘먹튀’ 논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일부에서는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출연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MBK는 추가 투자를 통해 단기자금을 충당하는 대주주의 책임있는 자세보다는 회생절차 진행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BK가 홈플러스 차입인수와 경영실패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MBK 등에 따르면 기존 차입금 1조2000억원을 승계한 것을 제외하면 MBK의 실제 홈플러스 인수금액은 6조원이다. MBK는 이 중 3조1000억원(홈플러스 기존 차입금 중 상환액 2000억원 포함)을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했다. 나머지 2조4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충당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인수대금의 절반가량을 차입금으로 충당하는 것에 위험부담이 크다는 시각이 많았다. MBK는 큰 수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무부담은 커졌다. 유통시장의 중심도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경영환경도 녹녹치 않았다.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홈플러스의 이자비용은 3조964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4713억원보다 2조5600억원이 많다.
홈플러스는 이자비용과 RCPS 배당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부터 경기 안산점 등 알짜 점포를 잇달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도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면서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다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2602억원과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MBK와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이후에도 아무런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자구책보다는 부채탕감을 위해 법원에 도움을 요청, 채권자들에게 ‘경영실패 책임을 떠 넘기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임원은 “일반 기업이라면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서라도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회장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생신청 재판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이 사건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나쁜 생각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인한 여파는 크다. 금융권은 당분간 대출금 회수가 어렵게 됐고, 개인과 법인 등 일반 투자자의 손실도 우려된다. 특히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인 지난달 21일 기업어음(CP) 50억원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20억원을 발행해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매장 등 자산매각과 비용절감에 따른 인력감축으로 인한 대규모 실직도 우려된다.
하지만 MBK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회생법원 주도 하의 회생절차를 통한 홈플러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추가 출자, 자금 지원 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한편 산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기업 경쟁력이나 경영성과 보다 구조조정을 통한 단기적 수익 창출에만 주력한다는 지적이다. MBK와 경영권 다툼 중인 고려아연측은 “핵심자산 쪼개 팔기와 기술 유출, 또 이로 인한 심각한 산업 경쟁력 훼손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