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반얀트리 참사 설비부실 탓
경찰, 6일 감정보고서
화재감시자 없이 작업
6명이 숨진 부산 반얀트리호텔이 필수 소방설비는 물론 화재감시자도 배치하지 않는 등 화재대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6일 지상 1층과 지하 1층 불이 난 주변 현장을 점검해 설계 도면과 비교한 결과 미설치 소방시설이 다수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설치되지 않은 소방시설은 화재감지기 통로유도등 시각경보기 등이다.
또 반얀트리호텔측이 당일 화재감시자 없이 작업을 강행한 것도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규정에 따라 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때는 화재감시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화재감시자는 화기관련 작업장 옆에 있으면서 불똥이 어디로 튀는지, 가연성 물질에 튀었는지 등을 살피고 그에 따른 대응 업무를 한다.
경찰은 “8곳에서 별도의 화기작업을 수행했다면 8명의 화재감시자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의 정상적 작동여부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 화재발생 당시 온도 감지를 통해 스프링클러가 터진 흔적은 발견했지만 물을 제대로 뿜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배관에 차 있던 물만 나왔던 것인지, 실제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는지는 아직까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스프링클러는 화재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면서 “화재 당시 제대로 작동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재는 화기작업 중에 튄 불똥이 보온재 등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부산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현장 감정보고서를 토대로 지상 1층 PT룸(배관을 유지·보수·관리하는 공간) 작업 도중 발생한 불똥 등에 의해 지하 1층 수처리 기계실 상단부 배관의 보온재 등을 매개로 최초 발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1층에서 숨진채 발견된 6명은 모두 다른 층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이었다. 경찰은 “당시 엘리베이터에 연기가 들어오니까 혹시 탈출하려고 1층에 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지금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10명 이상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20명 가까운 인원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