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카드대금 유동화채권, 상거래 채무 성격”

2025-03-07 13:00:18 게재

미상환 잔액 4천억원 넘어 … 법원 판단에 변제 여부 갈려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했다. 미상환 잔액은 4019억2000만원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일시 중지됐던 일반 상거래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상품의 경우 홈플러스가 지급해야 할 구매카드결제대금채권이 기초자산이므로 매입채무의 성격을 갖고 있는 상거래채권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5일 만기도래 금액 ‘디폴트’= 한국기업평가는 6일자로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지난해 12월~2월 25일 발행한 3739억원 규모 ABSTB의 신용등급을 C(sf)에서 D(sf)로 조정했다. 전일 만기가 도래한 118억4000만원 규모의 ABSTB가 미상환됨에 따라 나머지 3621억원 규모 ABSTB도 동일하게 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가 발행한 ABSTB의 경우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점을 반영해 C(sf)로 신용등급을 유지하지만, 최초로 만기가 도래하는 ABSTB의 미상환이 확인되면 D(sf)로 조정할 계획이다.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의 ABSTB 잔액은 280억2000만원 규모로 오는 10일에 최초 만기가 도래한다. C(sf)등급은 적기 상환 능력이 의문시되는 상황일 때, D(sf)등급은 지급 불능 상태에 있을 때를 의미한다.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와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는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채권을 유동화하기 위해 설립된 특별목적회사(SPC)이다. 각 SPC는 카드사와의 참가 계약에 따라 참가대상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수령할 권리를 기초로 각각 2023년 1월 및 2023년 2월부터 ABSTB를 발행해 왔다.

기업구매전용카드는 기업이 신용카드사와 약정을 맺고 원자재·물품 구매 대금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당장의 현금 지출을 줄이면서 운전자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대안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홈플러스가 신용카드로 제조업체의 물품을 구매하면 카드사가 향후 홈플러스로부터 대금을 지급 받을 권리를 증권화시켜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이다. 각 SPC는 카드사와의 계약에 따라 카드대금채권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수령할 권리를 기초로 ABSTB를 발행한다. 전단채 특성상 만기는 3개월로 짧은 편이다. SPC의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 유동화 작업은 신영증권이 맡아 왔으며, 관련 카드사들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신한카드 등이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 할 경우 전액 손실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대금을 회수했지만, 신영증권을 통해 ABSTB를 산 투자자들은 홈플러스의 채무불이행에 따라 사실상 손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금융채무? 상거래채무? = 관건은 회생법원이 해당 ABSTB의 채무 성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하되 상거래채무는 정상적으로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도 ABSTB의 성격을 어떻게 분류할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단 금융부채로 봤다. 지난해 2월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서도 ABSTB가 기타금융유동부채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신평사와 금융투자업계는 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해 정상적으로 변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채권의 경우 홈플러스가 영업을 위해 원자재와 물품을 구매하면서 거래처에 대금을 카드로 결제한 과정에서 생긴 매입채무가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병렬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미지급금은 2024년 2월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기타금융유동부채로 분류하고 있지만, 물품 구매대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거래 채무의 성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홈플러스에서 물품 거래 대금을 카드로 결제한 카드 채권을 기초로 했기에 법원은 이를 상거래 채무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무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금융증권이 리테일 시장에서 재판매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자금에 대해 상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일시 중지됐던 일반 상거래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한 가운데 현대카드와 신영증권 등을 통해 유동화한 4000억원 규모의 카드구매대금도 상거래채권으로 정상 변제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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