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연휴로 여행수지 적자 6년 만에 최대

2025-03-07 13:00:07 게재

1월 -16.8억달러…경상흑자 29.4억달러로 급감

상품수지 흑자 급감, 조업일수 줄어 수출 감소

정부가 설 연휴를 맞아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여행수지 적자 확대를 가져왔다. 조업일수가 짧아져 수출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급감해 경상수지 흑자도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5년 1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여행수지 적자는 1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15.1억달러)보다 11.3%, 지난해 12월(9.5억달러)보다 76.9%나 급증했다. 월간 기준 여행수지 적자규모로는 2019년 1월(17.2억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크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커진 데는 겨울방학이라는 계절적 요인에다 설 연휴가 길어지면서 해외여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정부는 비상계엄 등으로 침체한 국내 소비를 살린다는 목적으로 올해 1월 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길게는 1주일 넘는 설 연휴가 보장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내국인 출국자는 297만5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7.3% 증가했다.

대외교역의 종합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경상수지는 29억4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지난해 12월(123.7억달러)은 물론 작년 1월(30.5억달러)보다 감소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큰폭의 감소를 보였기 때문이다. 1월 상품수지는 25억달러 흑자를 보여 지난해 1월(43.6억달러) 대비 큰폭으로 줄었다.

조업일수가 줄면서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상품 수출은 498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548.2억달러) 대비 9.1% 감소했다. 이에 비해 수입은 473억1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6.2% 감소에 그쳤다. 월간 기준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밑돈 것은 2023년 4월(489.6억달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한은은 “반도체와 컴퓨터 등 일부 IT제품의 수출은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석유제품과 승용차 등 비IT제품 수출 감소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통관기준 수출 현황에 따르면, 석유제품과 승용차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2%, 19.2%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14.6%)과 미국(-11.6%) 등의 수출이 줄었다.

해외 배당 및 이자소득을 합한 투자소득수지는 27억7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1월(18.4억달러)보다 늘었지만 전달(48.7억달러)에 비해 2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급료와 임금수지 등까지 포함한 본원소득수지는 26억2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에 따르면, 올해 1월 상품 수출은 498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12월(633억달러)에 비해 큰폭으로 줄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 지난달 발표한 전망치(750억달러 흑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재창 금융통계부장은 “무역수지가 1월 적자에서 2월에는 흑자를 보였다는 점에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되며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연간으로는 IT부문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다만 “중국제품의 글로벌시장 공급 확대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으로 비IT 품목은 부진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올해 1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37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9억4000만달러 줄었지만,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2억3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25억5000만달러 증가했지만,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주식 위주로 2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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