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불안·경기비관론에 증시 급락

2025-03-07 13:00:07 게재

미 1월 무역 적자 규모 사상 최고

2월 해고자 2020년 7월 이후 최대

나스닥 12월 고점 대비 10% 급락

트럼프발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비관론이 확대되면서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의 1월 무역 적자 규모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2월 해고자 수는 2020년 7월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미국에서 발효된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나스닥이 하락했다. 사진 EPA=연합

◆고평가 논란 AI 관련 기술주 낙폭 커 =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27.51포인트(-0.99%) 내린 42,579.0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4.11포인트(-1.78%) 내린 5,738.5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83.48포인트(-2.61%) 내린 18,069.26에 각각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후반 들어 하락 흐름을 지속하며 최근 고점(종가 기준 작년 12월 16일)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해 마감했다. S&P 500 지수도 지난해 11월초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간 3대 지수는 지난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 수준으로 떨어지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트럼프 효과’를 모두 반납했다.

특히 이날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이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가장 큰 타격을 가했다. 엔비디아(-5.7%), 브로드컴(-6.3%)이 6% 안팎 급락했고, ‘AI 방산주’ 팔란티어는 10.7% 급락했다. 마블테크놀로지는 작년 4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전망치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19.8% 폭락했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4.87로 전장 대비 2.94포인트 올랐다.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혼란 = 이날 뉴욕증시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한 관세를 상당 부분 1개월 유예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오히려 낙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 중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을 대상으로 내달 2일까지 25% 관세를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관세 유예 조치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이는 대신 하루 새 쉽게 뒤집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혼란을 느끼며 오히려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관세 정책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서 불확실성 다시 확대됐다.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의 글로벌 비전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발 변동성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은 이번 주 빅이벤트인 7일(현지시간) 비농업 고용 지표 발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포지션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과 경기둔화 우려 지속 = 미국의 고용과 경기에 대한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미국 증시의 약세를 심화시킨 배경이다.

민간 인력관리업체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CG&C)에서 발표한 2월 미국 해고자수는 17만2000명으로 지난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 인력 무더기 해고로 전월 대비로는 245%, 전년 대비로는 103% 급증했다.

여기에 애틀란타 연은의 GDP 나우 모델에서도 올해 1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 3일(-2.8%) 대비 0.4%p 상향 조정시켰지만 여전히 -2.4%로 역성장을 예측했다. 1분기 미국의 순수출(수출-수입) 전망치가 대폭 내려간 것을 주된 조정 사유로 들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1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올해 1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1314억달러로 전월 대비 333억 달러(34.0%) 증가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287억달러 적자)를 웃돌았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율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 미 업체들이 미리 재고를 쌓아두고자 대통령 취임식 이전부터 수입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오는 4월로 예고한 상호관세를 포함해 ‘관세전쟁’에 포문을 열면서 2월 들어서도 관세 시행 전 재고축적 목적의 수입 확대가 지속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도 하락세 …외국인 하루만에 ‘팔자’ 전환 =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도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장 초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22.75포인트(0.88%) 내린 2553.41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22.72포인트(0.88%) 내린 2553.44로 출발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10억원, 568억원 순매도 중이며 개인은 1295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077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9포인트(0.16%) 오른 736.11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5.49포인트(0.75%) 내린 729.43으로 출발해 하락세를 보이다 장중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4원 오른 1447.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 증시는 변덕스러운 트럼프 관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하방 압력을 받는 분위기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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