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야당이 잘해야 한다

2025-03-10 13:00:02 게재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됐던 윤 대통령이 풀려났다. 법 전문가들이 나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하지만 구속영장 집행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의 불안감은 그때 못지않다.

현직 대통령이 관여한 사태에 대한 수습과 단죄가 금방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나. 대통령실로 돌아간 뒤 ‘겸허하게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낮밤으로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일이 길어지게 됐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재삼 절감한다.

법원과 검찰의 이번 선택은 급진적으로 흘러가던 광장의 관성에 가속을 더할 것이다. 파괴적 목소리로 ‘탄핵 반대’를 외치던 이들에게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편의 ‘탄핵 찬성’ 주장도 보다 선명한 각을 세워 대립할 것이고.

광장의 목소리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과 무관하게 당분간은 ‘계몽세력’을 조직화하려는 시도를 강화할 것이다. 구속과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것보다 훨씬 강도가 세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 안에서 헌재 파괴 등을 주장하는 ‘극우’의 품으로 들어가려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계엄 막는 순간 X됐다’고 느꼈다는 쪽은 더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내란 종식’을 앞세운 구호가 중심이 돼 보다 강경한 태도와 입장을 취할 것인데, 화합이나 포용 등의 목소리는 당분간 설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걱정은 헌재의 탄핵심판 이후에도 이같은 갈등구조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탄핵과 대선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세력의 저항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야당 관계자들조차 ‘정권교체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회의원 170석의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탄핵 카드를 꺼냈던 입장에선 ‘시원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독재·탄핵 주장을 스스럼없이 외칠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광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없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원을 부수고, 법관을 처단하자는 반헌법세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스크럼을 넓고 단단하게 펼쳐야 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4~6일)에서 중도층은 윤 대통령 탄핵 71%, 차기 대선 정권교체 61%, 민주당 지지율 46%라고 답했다. 현 정국 수습세력으로 야당, 특히 민주당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탄핵정국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보여준 실력과 태도에 대한 단면 아니겠나.

이명환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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