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3.8기념관을 아시나요?
개관 100일 갓 넘겨
충청권 민주주의 상징
“4.19 민주혁명이 그냥 일어난 게 아닙니다. 3.8민주의거가 도화선이 된 겁니다.”
3.8민주의거기념관의 백발의 노해설사는 마치 그날 현장에 있는 듯 설명을 쏟아냈다. 그는 “1950년대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은 순수한 학생들이 당시 정치상황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고 설명했다.

3.8민주의거 65주년을 맞은 지난 8일. 대전 중구 3.8민주의거기념관엔 많은 사람들이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3.8기념관은 지난해 11월 개관했다. 이제 100일을 갓 넘은 셈이다.
기념관을 건립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2009년 ‘대전시 3.8민주의거기념일 제정 조례’가 공포되고 3.8민주의거가 2018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22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그 사이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생존자들은 80세를 훌쩍 넘겼다.
기념관은 전체 3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은 관람객을 위한 정보검색, 만남과 휴식, 소규모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3층엔 100석 규모의 강당 등이 마련돼 있다.
전시실은 2층에 집중돼 있다. 1구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뿌리를 찾아보는 공간이다. 2구역 ‘격동의 12년, 제1공화국’은 당시 학생시위가 들불같이 일어났던 배경에 대해서 설명한다. 3구역 ‘뜨거운 목소리로 침묵을 깨다’는 대전고등학교와 대전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된 시위를 3월 7일부터 10일까지 시간대별로 따라간다. 4구역 ‘민주주의는 현재다’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전시실엔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곳곳에 기록돼 있다. 대전지역 교사와 학생의 일기나 4.19혁명 이후 당시를 증언한 책자들도 전시돼 있다. 3.8민주의거 유공자 11명과 대전·충남 출신 4.19혁명 희생자 4명도 소개돼 있다.
기념관은 최근 대전을 넘어 1960년 4.19혁명 당시 충청권 전체 학생들의 시위에 대해서도 자료 등을 수집하고 있다. 4.19 당시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시위는 대전 외에도 충남 공주·홍성·천안, 충북 청주·충주·제천 등에서 벌어졌다.
기념관 관계자는 “대전을 방문하면 다른 곳도 많지만 꼭 3.8민주의거기념관을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념관은 대전지역 대표적인 근대건축물인 옛 충남도청사 뒤에 위치해 있다. 대전지역 명소로 자리잡은 성심당 본점에서 1㎞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산책하듯이 찾을 수 있다.
대전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자유당 정권의 장기집권에 맞서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이 일어선 충청권 최초의 민주화 학생운동이다. 대구 2.28민주운동과 마산 3.15의거를 잇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