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정상영업, 이번 주 분수령

2025-03-10 13:00:04 게재

협력사 이탈 방어, 대금지급 계획 제시가 관건 … 정치권, MBK 압박 본격화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납품중단 움직임에 ‘대금 순차지급’으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서면서 협력사들의 납품이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납품 재개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대금지급 계획을 밝히지 않을 경우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신뢰를 잃은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중단 사태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 중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3곳이 홈플러스 납품을 재개했거나 재개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지난 6일 납품을 중지했다가 다음 날 납품을 재개했다. 롯데웰푸드와 삼양식품은 지난 7일 지연된 대금을 지급받고 납품 재개를 결정했다. 지난 8일 롯데웰푸드가 납품을 재개했고, 10일부터 삼양식품이 다시 납품할 예정이다.

여전히 납품을 주저하는 곳도 있다. 식품업체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동서식품 팔도 등은 납품중단 상태다. LG전자도 출하를 멈추고 홈플러스측과 대금결제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산주기 단축, 선입금 요구도 = 홈플러스측은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 등의 납품이 원할하고, 일부 납품중단된 물품도 보관 물량 등으로 보충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상 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가 정상영업의 분수령이란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매장영업 완전 정상화를 위해서는 납품대금 등을 지급할 현금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영업력이 약화하면 현금 창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납품업체들의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와 MBK는 현재 가용현금 잔고가 약 3000억원, 이달 영업활동에 따른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일반 상거래채무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할인행사 성과에 따라 가용자금 확보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기습적인 회생절차 신청으로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 목표한 현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하루 이틀 납품이 중단됐던 라면 등 품목의 경우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슈퍼마켓)에서 매대를 가득 채우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에 물건을 계속 공급하려면 좀 더 명확한 대금지급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45일에서 60일 정도로 다른 대형 할인점보다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주기를 축소하거나 선입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마트 정산 주기는 평균 25일 내외이고, 롯데마트는 20~30일이다.

다만, 대형마트들은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평균 10일 이내 정산한다.

앞서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하루 빨리 상거래채무의 결제를 포함해 모든 부분을 정상화 함으로써 협력사, 임대점주 및 고객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단기자금 채무를 포함한 금융채무도 회생계획에 따라 모두 변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주 회장 진정성이 중요” =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에 대한 압박도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9일 ‘홈플러스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홈플러스 노조와 입점업체 점주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TF 첫 회의를 겸해 열린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홈플러스 문제에 대해 매우 깊은 우려와 관심을 갖고 있다”며 “회생법원의 재판뿐 아니라 홈플러스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며 방만하고 무분별한 경영을 함으로써 이런 사태가 초래된 게 아닌가도 유의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구조적 문제보다 더욱 시급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입점업체와 노동자분들의 피해가 없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MBK에 대해 “최대 주주 김병주 회장이 얼마만큼 이 회생에 진정성이 있는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위원장, 강경모 대규모점포점주협의회 부회장, 홈플러스 입점 피해 점주 등이 참석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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