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코인 기부’, 가상자산 활성화 마중물 될까

2025-03-11 13:00:01 게재

‘공익법인 디지털자산 활용’ 세미나 개최

해외 NGO ‘코인 기부’ 활성화 돼 있어

민병덕 “정치인 후원도 가능토록 해볼 것”

기부·모금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고민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의 산업 활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2분기 중에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될 예정이어서 공익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기부·모금 활동이 향후 가상자산 활성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공익법인 디지털자산 활용’ 세미나에서는 해외 기부·모금 활동에서는 가상자산이 활성화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활용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진단과 활성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지은 리버티 대표변호사는 “피델리티 자선기금, 유니세프 크립토펀드, 세이브더칠드런 홀드 호프 캠페인 등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기부와 모금이 활성화돼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크립토 도네이션’이라는 NPO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 침공 이후 2022년 3월 11일 기준 12만건 이상의 가상자산 기부를 통해 6380만달러(약 880억원)를 모으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젊은 세대들은 암호화폐 사용에 굉장히 익숙하고 DAO(분산 자율 조직)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해 프로젝트성으로 하는 걸 굉장히 즐긴다”면서 “기부자의 다변화, 젊은 사람들의 유입 등의 자선 활동의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민 두나무 ESG팀장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에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가상자산 지갑을 열었는데 그때 저희 업비트 회원들이 그쪽으로 계속 가상자산을 보내는 걸 보고 회사에서 출금 수수료를 부담하겠다고 힘을 보탰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디지털자산을 가진 회원들도 이러한 기부, 선의에 있어서는 언제든지 선뜻 나설 준비가 돼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기부 활동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았고, 암호화폐에 익숙한 젊은 층들은 이를 활용하는 데 대한 관심이 높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미비 등의 이유로 가상자산 활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아름다운재단 장윤주 연구사업팀장은 “2020년까지는 가상화폐를 현금화해서 기부를 한 사례는 있어도 가상화폐를 직접 받은 사례는 없었다”면서 “2021년에 처음으로 단체가 지갑을 개설해서 받은 사례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인데, 비트코인 1억원 상당을 기부받고 바로 현금화를 했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기부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법적 불명확성 때문이다. 장 팀장은 “관련 규제가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두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회계 처리 방법이나 과세 기준, 암호화폐 현금화 시점 등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정수종 사무관은 “지난달 발표대로 2분기 중으로 비영리법인에 대해 계좌 발급을 허용해서 기부나 후원으로 받는 가상자산을 매도해서, 현금화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이 변동성이 큰 만큼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처분할 때 시장 영향 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유동성이 확보된 코인으로 종류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민병덕 의원은 “기부 활동에 디지털자산을 도입하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한 시스템으로 기부자와 수혜자간 신뢰를 높이고 기부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에게도 후원을 코인으로 가능하도록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원은석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은 “디지털자산은 현재는 투자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투자자들이 이익을 목적으로 활용을 하는 분야이지만 코인 백서들을 보면 문화, 부동산, 교육, 예술, 법률,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코인이 만들어진다”면서 “디지털자산이 사회공헌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양한 사회 분야로 확산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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