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크라이나 30일 휴전 합의
사우디서 9시간 회담 후 공동성명 … “공은 러 코트에” 러시아 응답 주목

미국은 러시아와의 협의를 통해 휴전안을 수락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양국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후 휴전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상호주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소통할 것”이라고 밝힌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공유를 즉시 재개하고, 군사적 안보 지원을 다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과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정을 조속히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전쟁 포로 교환, 민간인 수감자 석방, 러시아로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 방안도 논의됐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를 보장할 지속적 평화를 위한 협의를 즉각 시작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이러한 구체적 제안을 논의할 것이며, 우크라이나는 유럽 파트너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이제 우리는 러시아를 설득해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도 이 휴전안에 동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이 제안을 환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우리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러시아가 이를 이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미국은 우리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양국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성 언쟁’에 따른 파국을 딛고 양국간 광물협정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는 이르면 11일이나 12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가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내로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제다에서 회담을 마친 후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의 제안은 총격을 멈추자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예스’라고 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데드라인은 없지만 빠른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왈츠 국가안보보좌관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했다”며 장기적인 안보 보장도 주요 의제였다고 설명했다.
유럽도 이날 회동 결과를 호평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공동 입장문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이며 정의롭고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긍정적 전개”라고 환영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성명에서 “놀라운 돌파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코스타 의장은 “이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말했고, 스타머 총리는 “러시아는 이제 휴전과 전투 종료에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종 변수는 러시아 입장이다. 단기 휴전안을 우크라이나의 ‘시간벌기 전략’으로 간주하는 기류가 강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 휴전이나 공중·해상 휴전 방안을 거론했을 당시 “최종 해결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떤 유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이번 30일 휴전안은 미국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푸틴과 각별한 관계를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수용을 바란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