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K-뷰티 약진에 주목한다

2025-03-12 13:00:01 게재

K-뷰티(K-Beauty) 대표주자인 화장품 수출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에 올랐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업의 약진은 한국경제 도약의 새로운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이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전쟁 가속과 중국기업의 추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K-뷰티산업의 선전이 주목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이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선 102억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출액다. 2021년 92억달러 수출을 넘었다. 수출 내역을 보면 수출대상국가가 다변화했다. 3년전인 2022년(80억달러)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국가 1위는 중국이다. 13억7000만달러로 2위인 미국(6억2000만달러)의 두배가 넘는다. 그 뒤를 일본(5억3000만달러) 베트남(3억달러) 러시아(2억6000만달러) 홍콩(2억1000만달러) 순이었다.

지난해는 1위 자리가 미국(13억4000만달러)으로 바뀌었다. 중국(10억7000만달러) 일본(7억5000만달러) 베트남(4억5000만달러) 홍콩(4억달러) 러시아(3억40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미국 일본 유럽뿐 아니라 아세안과 신흥시장 등 6대륙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연합이 처음으로 수출 상위 10개국에 들어왔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 사상최대 실적거두고 수출 대상국가도 다변화

기존 화장품 대형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이 꾸준히 실적을 견인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 개발생산(ODM)업체들이 성장률을 높였다.

여기에는 수많은 인디·중소 브랜드가 결합돼 있다. 매년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해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화장품업체의 수출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2021년 화장품 수출액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7%(53억달러)였다. 이후 조금씩 비중이 높아졌다. 지난해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6.7%에 달했다.

화장품업체 수는 지난해 3만개가 넘었다. 2019년 1만5000개에서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화장품책임판매업체다. 제조시설 없이 제품을 위탁해서 생산할 수 있다. 창업이 편해졌고 창의적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다.

구체적 조사는 없지만 청년창업자가 대부분이라는 게 관계당국 분석이다. 화장품업의 창업문턱이 낮아진데다 온라인 유통채널이 확대됐다. 이같은 변화는 인디·중소브랜드 특성과 잘 맞았다. 자체 생산설비 없이 외주가공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늘게 됐다.

이들은 시장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통해 소비자 요구를 제품 개발에 바로 반영한다. 즉 ODM기업들은 강화된 각국 원료·시설 기준을 맞추며 기술경쟁력을 높였다. 여기에 인디·중소브랜드의 독창성이 더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각광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의 약진은 K-팝, K-드라마 등 K-문화의 영향이 크다. 화장품 책임판매업 제도는 13년전 시행됐지만 꽃을 피우게 된 것은 최근이다. 한류 확산과 함께 기존 브랜드와 신규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적인 한국 화장품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과 미국 수입 화장품 1위를 한국화장품이 차지했다.

규제개선과 한류열풍, 독창성이 일군 성과

올해 화장품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형사와 ODM기업이 실적을 주도한다. 대형사들도 중소형사에 비해 성장세가 낮지만 꾸준히 전년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폐지할 경우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e-라벨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인증을 민간 자율로 두기로 했다. 제한된 포장 면적에 작은 글씨로 화장품 정보를 표시하던 방식 대신에 QR코드 등 e-라벨로 대신하는 것이다. 명칭과 사용기한 등 주요정보는 포장지에서 큰 글씨로 확인한다. 제조설비 없이 화장품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제개선이 한류열풍의 바람을 타며 창업 붐을 일으킨 것처럼 규제개선이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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