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비화폰’ 수사 물꼬 트이나

2025-03-19 13:00:18 게재

검찰, 경호처 압수수색 막던 김성훈 구속영장 청구

경찰, 4번째 신청만에 검찰 문턱 넘어 법원으로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2.3 내란사태’ 규명의 핵심 증거이지만 김 차장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던 비화폰에 대한 수사의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전날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했다. 경찰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하루만이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1차 체포 작전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체포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호처 간부를 부당하게 인사조치하고,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도 적용됐다.

경찰은 이에 앞서 김 차장에 대해 3차례, 이 본부장에 대해선 2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검찰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차장의 첫 번째 구속영장에 대해 ‘윤 대통령이 구속돼 재범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두 번째 영장은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기각했다. 이에 경찰이 김 차장 등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혐의를 보강한 뒤 세 번째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범죄 고의가 있었는지 다툼이 있다’며 또다시 기각했다.

그러자 경찰은 서부지검을 관할하는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에 구속영장 심의를 요청했고, 영장심의위는 지난 6일 영장 청구가 타당하다며 경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김 차장의 네 번째 구속영장에 대한 검찰의 검토 과정에서도 여전히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영장심의위의 결정을 거스르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계속 기각하자 검찰은 내란 당시 자신들의 행적을 숨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내란 당일 핵심 관련자들과 검찰 수뇌부가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경호처 비화폰 서버 기록을 쥐고 있는 김 차장을 봐주려 한다는 것이다.

김 차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것도 비화폰 수사와 연관돼 있어서다.

비화폰은 통화내용이 암호화돼 도·감청이 불가능하고 녹음도 되지 않는다. 내란 당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 사령관, 국무위원 등은 비화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비화폰이 내란 사태의 경로를 밝힐 ‘블랙박스’라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김 차장은 지난해 12월 7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 핵심 지휘관들이 사용한 비화폰 단말기 통화 기록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경호처 직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반발해 이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여 전 사령관의 비화폰 보안앱이 로그아웃된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로그아웃되면 단말기에 저장된 통화기록이 모두 삭제된다고 한다.

그만큼 경호처에 보관된 비화폰 서버 기록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경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발부받아 여러 차례 비화폰 서버 확보에 나섰지만 번번이 허탕을 쳐야 했다. 김 차장이 이끄는 경호처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막아선 탓이다.

김 차장이 구속되면 경찰은 다시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는 상태다. 김 차장은 영장 심사에서 지난 8일 석방된 윤 대통령에 대한 경호 필요성을 내세워 불구속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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