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석달째 2%대…내란공백에 식품·외식값 줄인상

2025-04-02 13:00:08 게재

석유류 2.8% 올라 상승폭 축소됐지만

가공식품 3.6%·생활물가 2.4% 올랐다

보험(15.1%) 등 서비스가격도 급상승

과일은 6.1% 내려 신선식품은 1.3%↓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3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이다. 2%는 한국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로 제시한 수치다.

연초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내란사태를 틈타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줄지어 인상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외식가격까지 오르면서 장바구니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29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9월(1.6%)부터 12월(1.9%)까지 4개월간 1%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지난 1월(2.2%)과 2월(2%)에 이어 석 달 연속으로 2%대를 기록했다.

◆석유류 2.8% 인상 그쳤지만 = 연초까지 물가인상 주범이었던 석유류 가격은 미국의 석유 증산 등 국제 유가가 떨어진 게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지난달 들어 2.8% 오르는 데 그쳤다. 전월 대비로는 휘발유(-2.1%)와 경유(-2.2%) 모두 일제히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치솟으며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올랐다. 지난해 1월(3.2%)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커피(8.3%)와 빵(6.3%) 등 원재료값이 오른 품목들의 가격 인상폭이 컸다. 여기에 식품업체들이 정치적 혼란기에 정부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 줄지어 가격을 올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식품 가격이 뛰면서 외식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외식 물가는 지난 2월(3%)에 이어 지난달에도 3% 상승했는데, 생선회(5.4%)와 치킨(5.3%)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외식 품목들의 가격이 크게 오르며 체감 물가상승률을 높였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8개 식품기업이 4월부터 제품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오뚜기는 진라면과 오동통면, 짜슐랭 등 16개 라면의 평균 출고가를 올렸다.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네켄, 칼스버그, 기네스 등의 맥주가격도 인상됐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일부 판매 제품의 가격을 평균 8.9% 올리기로 했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와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 블루보틀, 하겐다즈 등도 가격인상에 합류했다. 롯데GRS의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오는 3일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65개 메뉴의 가격이 평균 3.3% 오른다.

◆생활물가지수도 2.4% 올라 =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도 2.4% 올라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전년 동월 대비 1.7%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0.9%, 공업제품은 1.7%, 전기·가스·수도는 3.1% 각각 상승했다.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해 2023년 12월(4.2%)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커피(8.3%), 빵(6.3%), 김치(15.3%), 햄 및 베이컨(6.0%) 등의 최근 가격 인상이 물가에 반영됐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오르며 물가를 0.11%p 올렸다. 다만 상승 폭은 2월(6.3%)보다 줄었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집세는 0.7%, 공공서비스는 1.4%, 외식은 3.0%,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3.2% 각각 상승했다. 생선회(5.4%), 치킨(5.3%), 보험서비스료(15.1%), 공동주택관리비(4.3%) 등의 상승폭이 컸다.

공공서비스는 1.4% 상승했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사립대학교납입금(5.2%) 상승 등의 요인으로 2월 0.8%에서 3월 1.4%로 높아졌다. 전기·가스·수도는 3.1%% 상승했다. 도시가스(6.9%), 지역난방비(9.8%), 상수도료(3.7%) 등이 크게 올랐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 하락했다. 배추(49.7%), 무(86.4%), 양파(26.9%) 등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반면 토마토(-19.8%), 사과(-6.0), 파(-18.3%), 감(-26.5%), 파프리카(-13.1%) 등은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3.1%와 4.9%씩 상승했다. 돼지고기(6.5%), 김(32.8%), 수입쇠고기(5.6%) 등의 가격이 전달보다 크게 올랐다.

◆대학납입금 5%대 상승 =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추세를 잘 나타내는 근원물가지수는 112.5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전월과 같은 수준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지수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14.3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올라, 전월(1.9%)보다 0.2%p 확대됐다.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19.4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이 중 식품은 2.8%, 식품 이외는 2.3% 각각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5개월째 전체 물가 상승폭을 넘어섰다.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38.58(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1.3% 하락했다. 이 중 신선어개는 3.6%, 신선채소는 1.8% 각각 상승했지만, 신선과실은 6.1% 하락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류 상승폭이 6.3%에서 2.8%로 둔화됐지만, 가공식품 가격 상승과 사립대학교납임급 인상에 따른 공공 서비스 인상, 보험서비스료·공동주택관리비 인상 등 개인서비스 상승폭 확대로 전월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1%p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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