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당’오명 불구…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상 열기’
후보 15명 안팎 예상 … 2022년 12명, 2017년 9명, 2012년 5명보다 늘어
본선 전망 밝지 않은데도 지원 속출 … “전대·지선 겨냥한 몸값 띄우기”
일각 “반성 의미 후보 내지 말아야” “국민의힘, 후보 낼 자격 없어” 비판
국민의힘은 ‘1호 당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탄핵 정당’의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탄핵 탓에 실시되는 조기 대선 경선에 후보들이 난립하는 역설적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탄핵 정당’ 낙인 탓에 본선 전망도 밝지 않은데, 그들은 왜 앞다퉈 경선에 나서는 것일까.

◆8일부터 출마 선언 잇달아 = 9일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과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주자 중 선두권을 달리는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예방한 뒤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역 광역단체장인 유 시장과 이 도지사도 발빠르게 경선 열차에 탑승했다.
앞서 8일에는 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나란히 경선 출마 뜻을 밝혔다. 안 의원은 “계엄은 잘못된 것이었고, 헌법재판소 판결에 명백하게 나타난 것처럼 재판관 전원의 위헌판정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을 도와 단일화를 했던 사람으로서 깊은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10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출사표를 던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시장직을 사퇴한 뒤 14일 출마 선언을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르면 이번 주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권한대행 총리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윤상현 의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인사는 8일 “15명 안팎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 경쟁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2022년 20대 대선 경선 12명, 2017년 19대 대선 경선 9명, 2012년 18대 대선 경선 5명 출마에 비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정권교체’ 52%, ‘정권유지’ 37% = 이번 21대 대선은 ‘탄핵 대선’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으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되는 대선인만큼 국민의힘으로선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갤럽 조사(1~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대선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정권교체’(52%) 응답이 ‘정권유지’(37%)를 앞질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고전’이 예상되는 대선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경선 후보들이 쏟아지는 것일까. 당내에서는 일부 후보의 경우 실제 본선 승리보다는 경선 출마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몸값을 띄우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앞서 여권 인사는 “솔직히 일부 후보의 경우 (대선) 당선보다는 경선 출마를 통해 자신의 몸값을 대선주자급으로 올리고 싶은 의도가 더 강한 것 아니냐”며 “진짜 목표는 (대선 뒤 치러질) 전당대회나 내년 지방선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성 의미로 후보 내지 말아야” = 보수 일각에서는 경선 주자가 쏟아지는 데 대해 탐탁지 않은 눈빛도 보낸다. 김 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선거(6.3 대선)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바로 우리 당 공직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며 “마땅히 국민에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의미로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국일보 유튜브 ‘이슈전파사’에 출연해 “당에 귀책사유가 있어 치러지는 대선이니, (당에서)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나야 하는데도 오히려 후보가 10명 이상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조기 대선에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그럼에도 대선에서 후보를 내고자 하면 국민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그 출발점인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조차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