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인사청문요청 반려되나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법률 검토
입법조사처 “현상유지 아닌 한 임명 어렵다” 분석
불가 입장 나오면 국회의장 접수 거부, 공방 예고
권한쟁의·가처분 신청도 추진 … 헌재 결정 주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범위가 헌법재판소에 판단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한 것을 두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인사청문요청서 접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우 국회의장은 법률검토를 통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후보자 지명권을 한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인사청문요청서를 반려할 예정이다. 또 국회의장실과 민주당 등에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요구하는 등 법적 조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권한대행이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내온 사례가 없어 법률 검토를 한 후에 접수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기존에 이미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 범위에 대한 입법조사처의 의견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헌법 학자들의 의견을 좀더 폭넓게 확보해 분석하도록 입법조사처에 추가 요청해 놨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면서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과,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는 민주적 정당성이 대통령과 같지 않으므로, 현상 유지가 아닌 한 임명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들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입법조사처는 그러면서 “헌재가 합의제 기관인 만큼 심리에 필요한 정족수 7명에 재판관이 모자라면 어느 기관의 몫이냐와 무관하게,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 재판관 임명을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전날 그동안 잡아뒀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헌법재판소를 ‘9명 완전체’로 만들어놔 2명이 퇴임하더라도 7명으로 심리가 가능해졌다. 한 권한대행이 퇴임 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해야만 하는 ‘헌법재판소 무력화’ 수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입법조사처 검토결과 이번 헌법재판관후보자 지명이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면 인사청문요청서를 반려할 예정”이라며 “아직 인사청문요청서가 오지 않았고 검토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접수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조만간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로 보내올 경우 이를 접수로 판단해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30일 후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의장실에서는 “정부측에서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이를 접수로 보지 않는다”면서 “접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청문 경과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위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로 접수되지도 않았는데도 단순히 ‘제출’을 근거로 30일이 지난 후 임명하는 것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의장의 인사청문요청서 보류와 반려가 결정된다면 정부와 법률 공방으로 번질 수 있다.
국회의장실은 추후 한 대행이 국회 절차없이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국회의장의 반려가 이뤄질 경우 권한대행쪽에서 오히려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어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이날 헌법 재판관 임기 연장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관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권한대행이 헌재재판관을 지명할 권한이 없다는 헌법재판관법을 통과시키면 (임명을) 못하게 된다”며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제소하고 곧바로 가처분 신청까지 할 수가 있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는 또 이날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을 출석시켜 현안질의를 이어갔다. 내란 피의자인 이 처장의 헌법재판관행이 적절한지 등이 집중 추궁됐다. 반면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5개 사건 피고인으로 중요사건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나가는 건 적절하냐”며 적극 방어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