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이완규 지명 꼼수’ 통할까

2025-04-09 13:00:15 게재

한덕수 권한대행, ‘12.4 안가회동’ 멤버 기습 지명

“한, 국민통합 역설하더니 잠잠해지던 정국에 폭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 후폭풍이 조기 대선 초반을 휩쓸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가까스로 조기 대선으로 국면전환이 되던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다시 한 번 극과 극으로 치닫는 정쟁을 소환한 모양새가 됐다.

물 마시는 이완규 법제처장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한 권한대행은 8일 오전 국무회의 직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이완규 함상훈)을 기습 지명했다. 기존의 대통령 권한대행들은 국회에서 선출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후보자를 임명한 적은 있어도 대통령 몫을 지명하는 식의 적극적인 인사권 행사는 없었다는 점에서 초유의 일이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날 한 권한대행이 낸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보면 인사권 행사의 이유로 제일 먼저 든 것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라는 점”이었다. 그 외에도 경찰청장 탄핵심판도 진행중이라는 점을 들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로지 저에게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이 ‘사심 없음’을 강조했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의 기존 기조를 모두 뒤엎는 행보를 했다는 점에서 신뢰를 못 얻는 모습이다. 지난해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는 이유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지난해 12월 26일 대국민담화)고 밝힌 바 있다. 그래놓곤 이번에는 자신이 앞서서 선례도 없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행사했다.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자(현 법제처장)가 12.3비상계엄 후 삼청동 안가회동에 참석했던 4명 중 한 명이라는 점도 문제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다음 날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이완규 법제처장을 불러 ‘4인 회동’을 가졌다. 삼청동 안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불러 계엄 관련 지시사항을 하달하는가 하면 그전부터 여러 군장성들과 회동을 갖고 계엄 관련 의견을 나눴던 곳이기도 하다.

이 법제처장의 내란죄 공모 관련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은 여러 모로 배경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결국 정치권 후폭풍은 쓰나미급으로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한 권한대행이 스스로 탄핵을 유도하는듯 하다”며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직격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가까스로 정국이 안정되어가는 듯했는데 한 권한대행이 폭탄을 던진 꼴”이라고 비유했다.

한 권한대행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국민통합 분위기를 앞장서서 망가뜨렸다는 점도 문제다. 한 권한대행이 최근 국민 대상으로 가장 긴 연설을 한 것은 제주 4.3 추념식 때였다. 이 때 한 권한대행은 4.3 정신을 화합과 포용이라고 정의하며 “국민통합이 매우 절실한 때”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이완규 지명으로 국론 분열을 격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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