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호관세 유예…한국 시간 벌었다
정인교 통상본부장 방미 USTR 대표 등과 면담 … FTA체결국 강조 필요
미국의 관세폭탄 우려가 현실화된 가운데 한국은 사실을 바로잡고, 우리 입장을 설명할 시간을 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에는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한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통상협상 대화 상대들을 잇따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이 만남은 상호관세 90일 유예 입장이 발표되기 직전에 성사됐지만 상호관세 발표 후 우리정부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아 교섭에 나선 것은 정 본부장이 처음이다.
산업부는 10일 정 본부장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윌리엄 키밋 상무부 선임고문(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국(BIS) 차관 등을 두루 만났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3월 첫 회담 이후 그리어 USTR 대표를 다시 만나 4월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조치에 대한 우리측 우려를 전달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우리 입장을 중심으로 미측과 협의했다.
또 정 본부장은 키밋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와는 미 관세조치를 포함한 미국 무역정책 관련 대화를 나눴다.
케슬러 BIS 차관과는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한국과 미국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서 앞으로도 공급망 및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자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산업부가 전했다.
정 본부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통화로 양국 사이에 우호적 모멘텀이 형성됐다”며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상호관세 적용 90일 유예조치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관세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한국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2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25%)를 부과받았다.
호주와 칠레는 기본관세율 10%만 적용받았고,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각각 17%, 20%만 부과했다. 특히 유럽연합(20%)과 일본(24%)보다도 한국이 받은 관세율이 높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이상 높다"는 사실과 다른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해 MFN 세율은 의미가 없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