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차입매수(LBO) 남용 어떻게 막나
“미국처럼 충실의무 위반 이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사모펀드 파견 이사들, 사모펀드에만 충성하지 않게 해야
‘이사의 회사 충실의무’만으로 한계 … 신용공여비율제한 등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필요 … “차입매수 방식 개선책 마련”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의 알맹이를 모두 빼간 다음 되팔거나 청산하는 수법인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 방식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통해 차입매수 남용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과 그 이후에 보여준 사모펀드의 ‘기업사냥꾼’적인 행태에 대해 강력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을 통해 신용공여 제한이나 이해상충 규제 등을 도입하고 상법에서는 이사들의 충실의무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7조2000억원의 홈플러스 인수대금은 MBK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2조2000억원, 국민연금의 상환우선주 7000억원, 홈플러스의 주식과 부동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 4조3000억원으로 충당됐다. 인수자금 차입금은 연 10%의 메리츠 금융, 연 13%의 국민연금 상환우선주 배당 등 고율로 조달됐고 차입 원리금 변제를 위해 알짜 매장을 매각하고 이를 다시 연 8%의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전환, 과도한 금융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홈플러스TF는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 기업가치 훼손하는 사모펀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이해충돌 상황에 적용되는 충실의무에 위반해 해당 기업에 손실을 입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므로 인수대상 기업, 즉 홈플러스 이사들은 MBK가 파견한 이사라 하더라도 그 위험을 무릅쓰고 지배권을 가진 사모펀드에 충성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주대표 소송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상법상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 제도를 통해 사모펀드의 LBO 남용행위를 막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상법을 고쳐 기업 손실 입히는 행위와 관련해 이사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미국에서는 인수대상 회사 이사들이 이해충돌 상황에서의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의 관점에서 LBO 남용으로부터 인수대상 회사 보호를 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서 인수대상 기업에 이사 등을 파견했다 하더라도 인수대상 기업 이사들이 지배권을 가지는 사모펀드에 충성해 해당 기업 자산을 인수자금의 담보로 제공하거나 해당 기업이 채무자가 되어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이해충돌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에 의한 규제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사모펀드가 지배하는 LBO 남용에 대해서 일정한 금융감독 차원의 규제를 실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금융감독 차원의 사모펀드 LBO 남용에 대한 규제를 자본시장법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 금융위 상임위원인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의한 규제강화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사모펀드의 LBO방식 기업인수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없을 경우 단기적인 부채 집중, 기업유동성 악화, 자산유출 위험, 고용 및 투자 위축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것이고, 이러한 문제점들은 특정 기업을 넘어서서 산업 전반에 걸쳐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사모펀드의 LBO 방식 기업인수에 대한 별도 규제가 국제적으로 이미 제안·도입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사모펀드 주도의 LBO에서 발생하는 레버리지 위험과 이해상충 문제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자금을 조달하고, 지배권을 확보한 피인수 회사로부터 단기적으로 자산을 유출하는 구조 자체가 이해상충, 투자자 위험, 금융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자본시장법상으로 형평성과 실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설계하는 것이 전통적인 우리 법제와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자본시장법상 공시 의무, 내부통제 의무, 이해상충방지, 신용공여비율제한 등의 규제를 직접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사모펀드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통해 기업을 인수한 후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자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피인수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대량해고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며 “사모펀드에 의한 피해는 홈플러스 사태 이전에도 딜라이브·네파·락앤락·모던하우스 등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바 있어 차입매수 방식을 통한 인수로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