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윤석열 아바타’? ‘정치 야심’?
책임은 회피…권한은 최대 행사
헌법재판관 미임명으로 탄핵되며 첫번째 미스터리
이번엔 기습지명하며 재탄핵·대선주자 동시 거론
마지막 충성? 소신? 사법부 균형 고민? 가설 분출
“총리님이 탄핵 당하셨을 때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정치권에서 최고의 ‘미스터리남’으로 떠올랐다. 차기 대통령 몫으로 인식됐던 헌법재판관 2명을 기습지명하며 국민의힘에선 대선주자로, 더불어민주당에선 재탄핵감으로 동시에 거론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12월 한 권한대행이 탄핵 된 이유였던 헌법재판관 미임명 때보다도 더한 무리수를 던진 ‘한덕수의 선택’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권한대행 측에선 이번 헌법재판관 지명이 ‘깊은 고민의 결과’라고 본다. 한 권한대행을 오래 곁에서 지켜 본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번 탄핵 당했을 때 관저에서 지내시며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더라”면서 “중요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권한대행 나름의 소신으로 이번 인사권 행사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분석은 다르다. 가장 많이 나오는 해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 가능성이다. 윤 전 대통령이 차기 헌법재판관으로 이완규 법제처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도 윤 전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는 파면 당한 대통령의 뜻을 한 권한대행이 따를 이유나 이익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반론이 따라온다.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야심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탄핵 반대 여론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계기만 있다면 결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지지층에 소구할 수 있는 정치적 행위를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잠잠해진 탄핵 찬성 및 내란 종식 여론을 더 자극할 수 있고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있는 선택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사법부 내에서도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 내에서 보수 우위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대선 이후 헌법재판소로 몰려올 수 있는 각종 정치적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데 헌재 내부 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정국이 달라질 수 있으니 사전에 균형 맞추기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헌재로 갈 수 있는 잠재 이슈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당선시 기존 재판 진행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관련한 해석 문제,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제기 가능성,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핵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이유를 따져묻는 질의 많이 나왔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자(법제처장)에게 “국민의힘 정당 해산심판을 막아주겠다는 약속을 한 거냐”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