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자료로 예측하는 산불확산예보”
지난달 경북 의성 산불위험 최저등급
송옥주 “산불 발생·확산 예측 못 해”
정부의 산불확산예보시스템이 20년 전 자료로 근거로 운용되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경북 의성의 산불예보가 부정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지난달 대형산불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시갑)은 “국가산불예보시스템은 기상(온도·습도·풍속), 임상(침엽수림·혼효림), 지형(방위·발화지점·고도분포) 등을 토대로 산불위험지수와 산불확산지수 등을 산출해서 산불위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20년 전인 2005년 전국 산불피해지 126개소 사례 조사에서 얻은 산불발생 가중치를 지금도 그대로 써서 산불위험지수와 산불확산지수를 산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가중치는 당시 발화지점의 임상과 지형조건을 빈도 분석해서 개발했다.
국가산불예보시스템의 산불확산지수에 따르면 경북 의성군은 올 3월 한 달 동안 가장 낮은 산불 위험등급인 ‘시간당 5ha미만’을 줄곧 유지했다. 대형산불예보에서도 ‘경고’나 ‘주의보’를 볼 수 없었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같은 달 25일 오후 5시 54분경 영덕군 일대로 확산됐고 28일 오후 2시 30분 주불이 진화될 때까지 8050ha 면적을 태웠다.
의성군은 산불 발생 전날인 21일에 산불위험지수는 2.7로 가장 낮은 ‘시간당 5ha미만’ 등급을 보였다.
송 의원은 “산불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1일 경북 전역에 걸쳐 산불확산위험등급이 높아졌음에도 의성군은 그렇지 않았다”며 “국가산불예보시스템의 산불확산지수와 대형산불예보는 산불 발생과 확산을 제대로 감지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송 의원은 “국가산불예보시스템이 대형산불의 확산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한 것은 오래된 임상·지형 데이터를 이용한 지수 산출, 그리고 산불 현장의 풍향·풍속·온도·습도 등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산악 지형과 임상에 대한 빅데이터는 갱신주기가 길어서 실시간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데다 실제 실태조사가 아닌 항공사진 분석으로 추론한 정보여서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불발생 가중치는 산불위험 핵심 정보인 임상지수와 지형지수를 산출할 때에 적용되는 중요한 변수인 만큼 최근 데이터를 반영해서 새롭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UAV, 무인비행장치)이 발화지점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간(GIS)정보, 화재영상정보와 연계 분석해서 산불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올들어 산불위험예보와 산불확산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순간풍속, 산악기상, 연료습도 등의 정보를 추가하고, 인공지능 기반 산불정보시스템 알고리즘 개선과 함께 드론과 위성을 이용한 실시간 화점·화선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 산불확산예측시스템,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서버 확충과 무인기를 이용한 정확한 기상 및 화선정보의 실시간 탐지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