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덕수 추대론’ 미는 3가지 이유 들어보니
‘패배주의 95%·기대감 5%·당권 포석’ 관측
친윤 후보로는 필패 판단 … 비윤 후보 ‘경쟁력’은 아예 배제
한 대행 “5% 승산” 기대 … “윤 정권 총리, 국민 납득하겠나”
대권보단 당권에 무게 … “패배 기정사실화, 기득권에 집착”
친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TV조선 유튜브 ‘뉴스트라다무스’에 출연해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가 필요하다, 나오면 지지하겠다’는 사람을 접촉했다. 의원 54명이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1차로 어제 54명에서 종료했고, 경선 과정에서 탈락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그 분들 지지하는 분들이 돌아올 수 있어서 1차라는 표현을 썼다”며 한 대행 출마 촉구 의원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 국민의힘 의원 절반이 이미 ‘한덕수 열차’에 올라탄 것이다. 경선이 끝나면 이 숫자는 3분의 2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왜 ‘한덕수 추대론’에 쏠리는 것일까.

당내에서는 3가지 대목에서 ‘한덕수 현상’을 분석한다. 첫째, 당 주류인 친윤 의원들 사이에 만연한 패배주의다. 친윤 의원들조차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탄핵 대선’인만큼 친윤 주자 누구를 내세워도 이기기 어렵다고 본다는 전언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주자들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와의 1 대 1 가상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친윤 인사는 14일 “친윤 의원들도 이번 대선은 95% 지는 걸로 생각한다. 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 같은 패배주의는 국민의힘 후보로 친윤 주자만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중도 확장성이 있는 비윤 주자를 내세워 승부를 겨뤄볼 생각은 원천 배제한다는 것이다. 다른 여권 인사는 “유승민 같은 비윤 주자를 내세운다면 중도 표심을 노려볼 만 할텐데 계파 논리에 사로잡힌 친윤은 비윤 후보를 검토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둘째, 친윤 주자의 경쟁력은 신뢰하지 않는 친윤 의원들이 당적도 없는 한 대행에 대해선 일말의 기대감을 갖는다고 한다. 한 대행이 △통상정책 전문가 △국제적 감각 △풍부한 국정 경험 △전북 출신 △노무현정부 총리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5%의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대행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민주당으로부터 “윤석열 아바타” “내란 대행”이란 비판에 노출돼 있다. 당내 비관론도 거세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1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탄핵으로 인해서 생긴 대선인데 탄핵 당한 윤 정권에서 총리하신 분이 다시 대통령 나오겠다고 하면 그걸 국민들이 납득하겠냐”고 지적했다.
셋째,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주류 친윤이 사실상 대선을 포기하고 당권으로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이 대선에서 패하고 나면 노령의 대선 후보가 당으로 복귀하지 않는 걸 전제로 해서 ‘그들만의 당권 플랜’을 짜고 있다는 것. 50·60대인 다른 주자들이 후보가 되면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76세인 한 대행을 내세우면 친윤이 당권을 유지하기가 한결 유리하다는 것이다.
친윤의 당권 구상은 “패배주의 속 기득권 집착”이란 비판을 받는다.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이재명을 상대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는다.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 후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패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대선 어차피 우리가 질 거라는 패배주의 속에서 대선에서 열심히 싸워서 이길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기 이해관계를 지키겠다는 기득권 논리가 강하게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