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재벌 3세 승계’에 집중타

2025-04-15 13:00:33 게재

국회 토론회, 참여연대와 야당 의원 22명 공동개최

“핏줄에 의한 권력 승계, 헌법 전문에 위배” 지적

“편법 경영권 승계, 주주에 피해 주는 불투명 지배구조” “재벌 이익 우선하는 이사들 … 상법 개정 필요성 부각”

재벌이 혈연을 근거로 3대에 걸쳐 승계하는 구조에 정치권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화하는 이재명-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14일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 22명이 함께 주최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문제는 왜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는가’라고 자문하고는 △역대급 규모의 유상증자를 정말 신중하게 결정한 것인가 △역대급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왜 이리 주주에게 불친절한가 △역대급 규모의 유상증자가 과연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위함인가, 아니면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함인가 등 한화의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불만을 제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10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코퍼레이션싱가포르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주식 2237만5216주를 약 1조3000억원에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오션 주식매각 대금으로 신규 사업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종보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1조3000억원이 김승연 회장의 자녀인 3형제의 승계자금으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가 1조3000억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결국 한화에너지는 한화오션 주식 1조3000억원 판 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사게 된 것으로 한화에너지 입장에서는 1조3000억원어치의 한화오션 주식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이 교환된 셈이다.

김 소장은 “김승연 회장의 아들 3명은 모두 한화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초고속 승진을 했다. 같은 나이에 이 정도로 승진할 수는 없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며 “김승연 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3형제가 한화그룹 소속 회사들을 지배, 경영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고 했다. “권력이 핏줄에 의해 승계되는 것은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고 사회적 특수계급을 창설하는 것으로 헌법 전문에 명시된 헌법정신과 헌법 11조2항에 위반된다”고도 했다.

오기형 의원은 토론회 직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라며 “이는 주로 회사 지배권의 승계, 즉 세습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오 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유상증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돈을 어디에 투자하려고 하는지 불분명하다”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의하면, 당시 이사회의 경우 사외이사 5명은 화상으로 참석했다고 하며, 전체 논의를 마치는 데에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인데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봉건사회도 아닌데, 대기업집단이 특정 집안이 당연히 세습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재벌집 3대 세습이 가능할까”라고 했다.

김현정 의원은 “재계 7위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회사발전을 위해 투입되어야 할 자본이 동원된 것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일반 주주들이 경영진에 그 책임을 묻고,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기업의 경영권이 2세, 3세로 승계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은 납득하기 힘든 결정들이 공시되고, 그 피해는 어김없이 소액주주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 토론회 사회를 본 김남근 의원은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꼭 유상증자를 해야 했는지, 왜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이에 국회와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하자 한화는 일부 조건을 조정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남아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일반주주 피해를 일으키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17일 본회의에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되돌아온 상법 개정안을 상정해 재의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상법 개정안은 재석 279명 중 찬성 184명, 반대 91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재의결에서는 출석의원의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오 의원은 “한화그룹 사례를 계기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도 다시 논의했다. 나아가 계열회사 출자에 대한 제한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했다. 김현정 의원은 “한화그룹 3세 승계가 수십 년 뒤 4세 승계로 반복되지 않으려면 그 시작은 거부권에 발목 잡힌 개정상법의 시행에 있다”고 했다. 김남근 의원은 “일반주주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재벌 기업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사들에 대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화측은 “한화에너지가 확보한 1.3조원은 승계에 사용되지 않았고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로 승계는 이미 완료됐다”며 “한화에어로는 유럽 진출 등 중장기 투자(총 11조원)를 위해 3.6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고 했다. 이어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는 하락했지만 대주주 참여와 승계 마무리 발표 등으로 반등,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일반 유증 규모를 2.3조원으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대주주가 시가로 참여해 소액주주 부담을 완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증권사들은 투자 실현 가능성과 주가 회복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매수 의견을 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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