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터지지도 않았는데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우려
한은, 부정적 전망 …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 시행도 전인데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나왔다. 2분기 이후 본격적인 고관세가 일부 품목에 부과되면서 수출이 급감할 경우 경제전망은 더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분기 성장률이 상당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성장률도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1.5%)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은은 이와 관련 이날 별도의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이 다음주 1분기 성장률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역성장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은 국내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경제심리의 위축을 들었다. 여기에 △3월에 일어난 대형 산불 △고속도로 교량공사 붕괴 등에 따른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 수요 공백 발생 등의 추가적인 악재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망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 총재도 올해 연간 성장률이 1% 안팎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이런 전망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현재 트럼프행정부가 내놓은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수출 감소와 그에 따른 국내 소비 및 투자 위축 등이 불러올 부정적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예컨대 이미 3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철강제품의 수출이 큰폭으로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가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10억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7%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25% 관세가 부과되는 자동차와 다음달 예정된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이 입게될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90일간 시행이 유예됐지만 사실상 모든 품목에 25%가 부과되는 상호관세까지 시행되면 대미 수출은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한은은 “향후 무역협상 진행 과정과 주요 위험 요인의 전개양상 등을 면밀히 분석해 5월 경제전망에서 구체적인 성장률 수치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한편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내려 잡을 경우 한은이 다음달(29일) 예정된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기준금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물가가 2% 안팎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 물가 부담없이 경기 측면만 본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날 금통위에서도 6명의 금통위원이 향후 3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