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대선후보 행보’ 한덕수 대행에 … 민주당 “대선엔 오히려 도움” 표정관리

2025-04-21 13:00:14 게재

국민의힘 경선 흥행 차단효과 뚜렷

‘찬탄 대 반탄’ 프레임 강화 효과도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적극적인 국정운영과 대선 행보라는 ‘이중 플레이’에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대선엔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표정관리 중이다. 한 대행의 대선 참여와 관련한 애매한 입장표명은 8명이 참여한 국민의힘 경선의 흥행 가능성을 크게 줄여놨다. 또 윤 전 대통령과 같이 국정을 운영한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행보’는 ‘찬탄 대 반탄’ 구도를 원하는 민주당의 전략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총리공관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김민석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21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앞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적 헌재지명 사과와 출마용 졸속관세협상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정애 의원.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21일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한 대행이 한편으로는 대통령처럼 또다른 한편으로는 대선후보로 행세하고 있는 것은 사실 민주당으로서 나쁘지 않다”면서 “한 대행에 대해 헌재에 제소하는 등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유권자 등 여론에 한 대행의 행위와 문제점을 계속 환기시키면서 내란종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으로 전략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 대행은 지난 전날 공개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의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했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 여지를 남김에 따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구도는 크게 한 대행 쪽으로 쏠리면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선두에 있는 김문수 후보는 대선 경선 이후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한 권한대행 차출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SNS에 올린 글에서 “출마를 하나, 안하나. 간 보기가 언제 끝나는 것인가”라며 “계속 간을 보는 한 총리도 웃기지만, 오매불망 ‘한덕수 바라기’인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경선을 왜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에 비해 흥행 가능성이 높았던 국민의힘 경선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와 관련한 애매모호한 행보’로 “흥행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마무리된 이후 다음달 4일 공직자 사퇴시점 가까이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한 대행의 적극적인 국정운영도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는 행보로 활용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 방위비 분담금이나 비관세 장벽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인터뷰하면서 스스로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말한 대목에 주목했다. 이는 ‘대통령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바타’로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한 대행이 민주당의 내란종식 프레임, 찬탄 대 반탄 프레임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엔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라고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같은 프레임 전략을 환기시키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며 한 대행의 ‘위헌적 헌재지명 사과와 출마용 졸속관세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사익을 위해 공직을 쓰고 선거 관리가 의무인데 자기 선거를 준비하는 한 대행은 당장 총리관저를 비우라”며 “한 대행은 이미 자기 출마 장사를 위한 졸속 협상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이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모든 정부 관계자들이 충실한 예비 협의로 끝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실질적인 협상과 타결은 35일의 시한을 가지고 있는 새 정부에 넘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기재부와 산업부의 대미 협상이 ‘상대방의 입장 확인’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한 대행의 자기 정치’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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