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대선후보 행보’ 한덕수 대행에 … 민주당 “대선엔 오히려 도움” 표정관리
국민의힘 경선 흥행 차단효과 뚜렷
‘찬탄 대 반탄’ 프레임 강화 효과도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적극적인 국정운영과 대선 행보라는 ‘이중 플레이’에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대선엔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표정관리 중이다. 한 대행의 대선 참여와 관련한 애매한 입장표명은 8명이 참여한 국민의힘 경선의 흥행 가능성을 크게 줄여놨다. 또 윤 전 대통령과 같이 국정을 운영한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행보’는 ‘찬탄 대 반탄’ 구도를 원하는 민주당의 전략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21일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한 대행이 한편으로는 대통령처럼 또다른 한편으로는 대선후보로 행세하고 있는 것은 사실 민주당으로서 나쁘지 않다”면서 “한 대행에 대해 헌재에 제소하는 등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유권자 등 여론에 한 대행의 행위와 문제점을 계속 환기시키면서 내란종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쪽으로 전략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 대행은 지난 전날 공개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의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했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 여지를 남김에 따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구도는 크게 한 대행 쪽으로 쏠리면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선두에 있는 김문수 후보는 대선 경선 이후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한 권한대행 차출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SNS에 올린 글에서 “출마를 하나, 안하나. 간 보기가 언제 끝나는 것인가”라며 “계속 간을 보는 한 총리도 웃기지만, 오매불망 ‘한덕수 바라기’인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경선을 왜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에 비해 흥행 가능성이 높았던 국민의힘 경선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와 관련한 애매모호한 행보’로 “흥행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마무리된 이후 다음달 4일 공직자 사퇴시점 가까이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한 대행의 적극적인 국정운영도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는 행보로 활용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 방위비 분담금이나 비관세 장벽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인터뷰하면서 스스로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말한 대목에 주목했다. 이는 ‘대통령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바타’로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한 대행이 민주당의 내란종식 프레임, 찬탄 대 반탄 프레임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엔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라고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같은 프레임 전략을 환기시키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며 한 대행의 ‘위헌적 헌재지명 사과와 출마용 졸속관세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사익을 위해 공직을 쓰고 선거 관리가 의무인데 자기 선거를 준비하는 한 대행은 당장 총리관저를 비우라”며 “한 대행은 이미 자기 출마 장사를 위한 졸속 협상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이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 모든 정부 관계자들이 충실한 예비 협의로 끝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실질적인 협상과 타결은 35일의 시한을 가지고 있는 새 정부에 넘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기재부와 산업부의 대미 협상이 ‘상대방의 입장 확인’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한 대행의 자기 정치’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