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특전 대대장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윤 면전에서 직격 … “군이 정치적 수단 이용되지 않도록 해달라”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사건 2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나선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중령)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대대장은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에 134명의 부대원들과 함께 투입됐었다.
김 대대장은 이날 “군 생활 23년간 바뀌지 않은 한 가지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나를 항명죄로 처벌해 달라. 그럼 부하들은 항명죄도 아니고 내란죄도 아니다. 부하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그 덕분에 저는 민주주의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군이 정치적 수단에 이용되지 않도록 제 뒤에 앉아 계신 분들께서 날카로운 비판과 질책으로 감시해 주시길 바란다. 그러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2013년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자격으로 나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란 질문에 돌려 친 답변이다. 이 발언은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가 됐고, ‘강골검사’라는 이미지로 보수층의 호감을 사 결과적으로 대통령까지 되게 한 셈이 됐다.
줄곧 눈을 감은 채로 피고인석에 앉아 듣고 있던 윤 전 대통령은 김 대대장의 이 발언에 즉시 눈을 뜨고 증인석을 응시했다.
이날 2차 공판은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처음 공개된 날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은 붉은색 넥타이에 남색 정장 차림으로 417호 형사대법정으로 들어왔다. 촬영하는 동안 눈을 감거나 허공을 바라봤고, 장내 정리를 위해 카메라가 철수하자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
1996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 당시 촬영이 허용됐고,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2018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도 촬영이 가능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