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행 ‘대미 협상’에 민주 “출마장사” 비판
임기 40일 남은 시점서 관세협상 졸속 합의 우려
“입장확인에 국한해야 … 졸속 협상, 반드시 패자”
한 대행 “합의 모색”, 협상단 “모니터링만” 엇박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도의 대미 통상협상에 대해 진보진영이 “출마용 졸속관세협상”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임기를 40일 정도 남긴 대행이 ‘대통령 행보’를 보인다”며 국가 미래가 달린 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서려는 것 자체가 매국적이라는 평가도 내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동수석대표로 오는 24일 오후 9시(현지시간 오전 8시)에 미국 베센트 재무부 장관, 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협의를 갖는다.
22일 김민석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한덕수 출마용 졸속관세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은) 노욕을 위해 국익을 팔아먹는 제2의 이완용이고 윤석열 아바타”라며 “총리실 등 모든 공직자들은 한덕수 출마용 졸속관세협상에 비협력 불복종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본격 협상과 타결은 선출된 새 정부의 몫”이라며 “국익을 담보로 한 출마장사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진보당은 협상단이 출국하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내란 내각의 매국협상 반대한다”며 “한덕수 내란 내각이 국익이 걸린 대미 관세협상을 졸속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행에 대해 “‘내란 대행’에 더해 미국의 이익을 추종하는 ‘검은 머리 미국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 싫다면 지금 당장 협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도 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이같은 진보진영의 반발에 “(민주당 등의 비판대로) 그러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야 하겠느냐”며 “관세협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고 했다.
22일 한 대행은 국무회의에서 협상단 출국을 언급하며 “우리와의 통상 관계 중요성을 고려한 미국 측 제안으로 성사됐다”면서 “경제·통상 책임자 간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물꼬를 틀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한미 양국 간 상호이익이 되는 통상 협의 등을 바탕으로, (중략)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출마’까지 염두에 둔 한 대행의 정치적 행보와 달리 실제 협상단은 ‘미국측 상황 모니터링’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한 대행의 ‘대선시계’에 맞춘 밀어붙이기식 대미 협상 독려가 실무장관들의 판단과 태도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2+2 통상협의’와 관련해 “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지침’은 없었다”며 “정부 입장은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미국 측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대행과 실제 협상에 들어가는 실무장관의 입장이 많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방위비 등은 협상 대상이 아니고 우리의 협상 전략을 상대방에 노출시킬 이유도 없다. 현재는 트럼프정부의 목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국가안보실 2차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현종 민주당 통상안보 TF 단장은 “현 권한대행 체제는 상황 관리와 새 정부가 본격 협상할 수 있게 입장 확인하는 정도에 국한돼야 한다”며 “미국은 무역과 방위비 에너지 환율 등 다양한 이슈를 패키지로 묶어 각개전파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졸속 협상하는 측이 반드시 패자가 된다”고 했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