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세훈, 재건축·재개발 ‘속도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통과 건수 급증
재건축 장애물 ‘공사비 갈등’ 적극 개입
노인 데이케어센터 등 공공기여 의무화
조기 대선 불출마로 정치행보에서 자유로워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미뤄뒀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24일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은평구 응암동 서대문구 홍제동 등 4건의 정비사업계획 및 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됐다. 같은 날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는 서초구 방배동 강서구 발산지구 등 5건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두 위원회는 서울시 정비사업계획을 심의하는 핵심 기구다. 35층 룰을 적용해 각종 정비사업 계획을 무산 시켰던 곳이다. 이 위원회들이 심의 테이블에 올라온 계획들을 한꺼번에 통과(수정 가결 포함)시킨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훈표 재건축 재개발 브랜드인 신속통합기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달에만 도봉구 쌍문동 81구역, 동작구 상도15구역이 각각 신통기획과 구역지정을 완료했다. 시는 현재 172곳에서 신통기획을 추진 중이며 이 가운데 100곳의 계획을 확정했다. 정비사업계획이 수립 중인 곳이 54곳, 정비계획이 결정된 곳이 23곳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곳이 18곳, 사업시행인가까지 난 곳이 5곳이다.

서울 재건축이 가로막힌 주원인 가운데 하나는 치솟은 원자재값으로 인한 공사비 급증이다. 시공사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공사를 멈췄고 조합과 갈등을 빚었다. 이 같은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 시는 공사비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시공사의 증액 요구로 사업이 멈췄던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은 최근 증액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3082억원을 인상해달라는 업체 요구를 시가 개입해 788억원으로 낮췄다. 4월 현재 18개 구역에서 중재가 이뤄지고 있고 10개 구역에서 중재가 완료됐다.
◆제도 정비도 속도전에 기여 = 서울 재건축을 가로막던 또다른 요인은 공공기여 시설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 수익성 보전을 위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공공기여를 요구하는데 최근엔 고령화 추세에 맞춰 데이케어센터, 요양원 등 노인 돌봄시설을 주로 제안했다.
하지만 강남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이에 반대하는 흐름이 조성됐고 시와 갈등이 벌어지면서 사업이 1년 이상 미뤄지는 일이 생겼다.
시는 신통기획과 공공기여를 연계했다. 해당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신통기획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데이케어센터는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조례를 만들어 노인요양시설 입법화에 나섰고 지난 15일 관련 내용을 담은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 발의됐다.
오 시장 불출마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은마 아파트 사례다. 지난 17일 최고 49층, 5962가구 규모의 정비계획 변경안이 공개됐고 주민 공람에 착수했다. 정비업계에선 “서울 전역 재건축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 추진은 새 아파트를 원하는 주민들 숙원이지만 과제도 남는다. 재건축 재개발 공사현장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최근 도시안전 위협요소로 급부상한 땅꺼짐 현상이 잦아질 수 있다.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에서 드러났듯 잦은 지하 공사가 지반침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문제나 인프라 구축 비용, 용적률 배분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공사비 갈등 중재가 사업성이 좋은 이른바 1급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 등 대단지와 사업이 지연되는 곳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공사가 멈춘 현장이 슬럼화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익성을 우선한 시공사들의 ‘선별 수주’도 이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순차적 단계적으로 추진해 교통·환경 영향이 일시에 집중되는 현상을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