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워터 해썹’ 만든다…먹는샘물 전과정 품질 인증제 도입
환경부, 30년만에 관리제도 대폭 개선 … 과불화화합물 미세플라스틱 등 미량오염물질 조사 확대
먹는샘물 관리제도가 도입 30년 만에 대폭 개선된다. 안전성 강화를 위해 이른바 한국판 ‘워터 해썹(HACCP)’ 도입을 추진한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이뤄져온 단계별 인증제도를 전과정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체제 변화로 이뤄진다.
환경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먹는샘물 관리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이를 확정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추진계획은 △먹는샘물 단계별 안전성 확보 △지속가능한 지하수 개발·관리 △먹는샘물 투명성·책임성 제고 등 3대 과제로 구성됐다.
먹는샘물 단계별 안전성 확보의 핵심은 국내 해썹(위생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표준(ISO) 22000과 같은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먹는샘물 품질·안전 인증제도 도입이다. 이 제도에는 취수 제조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안전 위해요소와 예방관리체계를 아우르는 평가 요소가 포함된다.
환경부는 올해 안으로 인증제도를 마련한 뒤 2026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자율로 관련 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먹는샘물 품질의 상향평준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한국상하수도협회에 의뢰해 실시한 ‘먹는물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민의 약 1/3(34.3%)이 먹는샘물을 마시고 있었다. 먹는샘물 음용 비율은 2024년 34.3%로, 2021년 대비 1.4%p 상승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도 2019년 1조6000억원에서 2024년 3조1700억원(추정)으로 성장했다. 또한 국제 시장 조사기관인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먹는샘물 시장 규모는 매년 9.2% 성장하며 2030년 약 5000억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유통 관리 강화 = 환경부는 올해 안으로 직사광선 노출로 인한 아세트알데히드 등 유해물질 용출 우려를 고려해 직사광선 노출 최소화를 위한 보관 기준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처벌 규정도 벌금에서 과태료로 바꿀 계획이다. 현재는 ‘적정한 방법으로 보관’이라는 모호한 규정만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내년까지 유통단계에서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유통전문판매업자가 제조업체에 대해 위생점검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유통관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소비자 알권리 확대를 위해 영업자 행정처분 사실에 대한 공표기간도 정비한다.
국민 우려가 큰 미량오염물질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미세플라스틱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조사를 확대하고 조사 방법을 고도화하는 한편, 기준 마련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기존 국내제품뿐 아니라 수입제품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미세플라스틱 분석법도 현재 20㎛ 이상에서 2026년까지 1㎛ 이상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국제적인 측정방법 표준화와 △규제 동향 △위해성 검토 등을 토대로 전문가 시민사회 산업계 등과 소통하며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번 제도 강화와 함께 과도한 규제는 합리화할 방침”이라며 “먹는샘물 수질기준 51개 항목 중 일반세균의 경우 원수(샘물) 기준이 제품수(먹는샘물) 기준보다 강화되어 있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인체 위해성 △해외 규제 동향 △국내 먹는샘물 제조 공정 특성 등을 고려해 원수의 일반세균 기준을 제품수 기준과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지속가능한 지하수 관리와 정보 투명성 강화 = 지하수 관리도 강화한다. 하수 영향조사 실효성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 역할 확대, 취수정 수위 자동계측 의무화 등을 통해 지하수 자원을 보전하고 먹는샘물 국가통계 마련과 정보포털 구축으로 시장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하수 이용량이 매년 2~3%증가하는 추세(2023년 기준 약 31억㎥로 전년대비 2.6% 상승)고 지하수위 하강과 지하수 고갈 우려 등으로 지역주민과 지하수·샘물 개발자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며 “허가 절차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불허가와 허가량 조정 등)이 불명확하고 ‘임시허가’ 성격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등으로 갈등유발 소지가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시허가는 샘물 개발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환경영향조사를 위한 절차다. 하지만 현장(사업자 등)에서는 샘물 개발에 대한 사실상의 허가를 얻은 것으로 간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샘물 개발 제도 합리화 △환경영향조사 및 심사 전문성 강화 △샘물 계측자료 활용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2026년까지 개발 허가 전 시행하는 단계양수시험 세분화 및 수위강하 기준 마련 등을 한다. 양수시험 계획의 적정성 확인 등을 위한 전문가 사전검토 및 보완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시행규칙을 2026년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적정 취수량 및 수질 안전성 집중심사를 위해 영향 심사 분야를 ‘수량/수질’로 명확화한다. 또한 적정취수량 평가 시 수량 분야 전문가의 사전 정밀 검토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관련 시행령을 올해 안으로 만들 예정이다.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기 위해 본 개발 전 임시허가 용어 등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이른바 ‘환경영향조사 착수 신고(가칭)’ 도입과 난개발 방지를 위한 변경 신고 대상 정비를 위한 관련 법 제정 추진 등을 내년까지 할 계획이다. 또한 지하수 보전을 위하여 샘물 개발 임시허가·허가 신청에 대한 지자체의 반려·제한·불허가 근거 등 을 마련한다.
김효정 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이번 계획은 먹는샘물 관리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나 국민 생활 속에 안착된 만큼 더욱 안심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샘물 취수부터 생산·유통 전 단계의 제도를 정비하고 미세플라스틱과 미량오염물질에 대한 조사·연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관계기관 업계 시민사회 등과 함께하는 ‘먹는샘물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제도 설계 단계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 개선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