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구축함’ 사업자 선정 차기 정부로

2025-04-25 13:00:13 게재

국회의원들 “알박기” 문제제기에 방사청 선정 보류

해군 “전력화 차질 우려” … 한화오션·현대중 갈등 풀어야

권력 공백기 ‘알박기’ 논란(내일신문 23일자 2면)을 빚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24일 오후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한 결과 안건 보류를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KDDX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 과정을 거친 후 분과위에 재상정하기로 해 안건 보류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KDDX 안건이 분과위에서 보류되면서 오는 30일로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도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는다.

방사청이 보류 사유로 ‘국회 설명’을 들은 것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잇달아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부승찬 의원은 분과위가 열릴 예정이었던 24일 오전 “국방부가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을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방산 비리, 방산 게이트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부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사청이 지난 2월 차기 구축함 생산 능력을 갖춘 방산업체 2곳을 지정해 경쟁입찰을 기본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면서 “정권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가 갑자기 수의계약으로 ‘알박기’를 감행하는 저의를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부 의원은 “민간 방위사업 추진 위원들이 절차상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납득할 만한 설명조차 없어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안규백 의원 등도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과도정부가 4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서두르기보다 새로운 정부에서 해야 한다”며 “이같은 대규모 전략사업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 책임지고 자율 경쟁으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상세설계 및 초도함 단계에 있는 해당 사업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1년 4개월 가량 멈춰서 있다. 방사청이 관례를 이유로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하려 하자 경쟁사인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반발하면서다. 사업분과위 민간위원들도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를 주장하면서 국방부와 방사청이 곤혹스런 처지다.

해군측은 함정 전력화 차질을 우려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2월말 이례적으로 두 업체에 서한을 보내 이런 우려를 전했다. 방사청은 이를 명분으로 조기 대선 전 사업자 선정을 서둘렀지만 정치권의 문제제기 등 후폭풍을 우려, 사업자 선정을 다시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방사청 고위간부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방부장관 방사청장 등 인사가 있은 뒤에나 관련 사업보고가 이뤄지고 대통령실 등의 판단이 서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자칫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런 대규모 사업은 여유를 두고 하는 것이 좋다”며 “국방위원들이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와 한화 두 업체간 ‘출혈 경쟁’을 조정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11년 시작된 KDDX 사업은 개념설계(한화오션)-기본설계(현대중공업)-상세설계 및 함정(6척) 건조(사업자 선정 중)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측이 일부 군인을 동원해 개념설계 도면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법적, 사업적 분쟁을 겪어 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KDDX의 전력화가 또다시 늦춰지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차염진 박준규 정재철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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