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기지사 대결,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전 대표 수도권서 91% 넘어
현직 김동연, 호남보다 득표율 낮아
‘도정 복귀’ 김 지사 두고 평 엇갈려
이변은 없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마지막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전·현직 도지사가 맞붙었지만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27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이재명 전 대표를 최종 선출했다. 반면에 이날 수도권 당원 투표결과를 보면 김동연 후보는 현직 경기지사의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했다. 김 지사는 수도권에서 5.46%를 얻어 영남권(3.26%)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지사는 충청권에서 7.54%, 호남권에선 7.41%를 각각 득표했다. 경기도 민주당 권리당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지사에게 뼈아픈 결과다.
이는 김 지사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선 김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대선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친명계 인사들의 차기 경기지사 출마설이 나오고 있어 김 지사가 다시 도지사 공천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 경선 결과도 그렇지만 김 지사에 대한 당원들의 분위기는 차갑기만 하다”며 “이대로라면 재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번 대선에서 김 지사는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김 지사와 김경수 후보 모두 27일 마지막 경선 유세에서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든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더 크게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후보는 선대위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김 지사는 현직 지자체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사직을 유지하고 대선 경선에 뛰어든 김 지사는 28일 오후 2시 경선 캠프 해단식을 한 뒤 도지사 업무에 복귀한다. 2등 성적표를 받아들고 대선 여정을 마친 김 지사에 대해 경기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평가는 엇갈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지사가 제안했던 완전국민경선제가 무산되는 등 불리한 여건에서도 조직 동원 없는 캠프 운영, 네거티브 지양, 정책·비전 중심 경쟁으로 경선을 완주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이번 도전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부지사 정무수석 등 고위직까지 사표를 내고 경선에 올인하는 모습은 도민들에게 ‘도정보다 대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한 경기도의원은 “‘반명(반이재명)’ 인사들을 줄줄이 영입했는데 의회와 협력 등 제 역할은 못하고 김동연 대선행에만 역할을 한 셈”이라며 “결과적으로 차기 도지사직 등 당내 입지를 굳힌 것도 아니어서 득보다 실이 많은 선거였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김경수 후보님과 함께 아름답게 경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왜 경선에 나서냐’라는 냉소에도 담대하게 임했던 것처럼 정면돌파의 자세로 정치하겠다”고 밝혔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